실속있게 떠나는 힐링여행
[ 최병일 기자 ]
제주는 사시사철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생명의 기운이 싱그럽게 약동하는 봄, 신록이 우거진 여름, 억새가 오름은 물론 한라산까지 포위한 가을의 장관. 어느 계절이든 아름답지 않을까. 하지만 제주의 진솔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계절은 눈꽃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겨울이다. 겨울 제주는 다른 계절과는 완연히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데다 진짜 쉼이 보장돼서 더욱 좋다.
한라산의 비경…겨울 숲으로
차를 몰고 가다 아직도 노란빛을 유지하고 있는 감귤밭 너머로 보이는 한라산이 하얀 모자를 쓴 모습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만큼 감동적이다. 가히 제주의 제1 비경이라고 부를 만하다. 눈덮인 한라산의 자태를 보는 것만으로도 겨울 제주를 찾은 보람은 충분하다.
진짜 편안한 쉼을 원하다면 겨울 제주를 찾을 일이다. 고즈넉한 쉼과 힐링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조용한 바닷가에서 사색에 잠겨도 좋고 카페에 앉아서 가족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다. 조금 추울 수도 있지만 낭만은 두 배로 늘어나는 겨울 숲길 여행도 색다른 맛을 준다. 가족들과 찾을 수 있는 박물관과 문화시설도 많아 겨울 여행지로는 최상이다. 먹을거리도 풍성하다. 고기국수나 옥돔 같은 제주 향토음식은 물론 겨울 별미로 치는 방어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주머니는 가볍게, 감동은 두 배로
겨울 제주가 좋은 또 다른 이유는 실속 있게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비수기나 성수기의 개념이 많이 줄었지만 다른 계절보다 숙박료와 렌터카 비용이 싸다. 여름 성수기에 비하면 최소 20% 이상 저렴하게 여행코스를 짤 수 있다.
올 한 해 지친 당신, 겨울 제주서 힐링하세요
제주도 내 호텔들도 겨울 여행객을 위해 다양한 실속 상품을 내놓았다. 롯데시티호텔(064-730-1000)은 내년 2월28일까지 제주의 겨울을 즐길 수 있는 ‘스페셜 윈터 패키지’를 내놓았다. 슈페리어 더블 1박을 14만3000원부터 이용할 수 있다. 신라호텔(1588-1142)은 내년 3월12일까지 ‘윈터데이즈섬머나잇 패키지’를 운영한다. 낮에는 눈꽃트레킹을 즐기고 밤에는 따뜻한 해수풀에서 피로를 풀 수 있도록 구성돼 있는데, 여름 성수기보다 20% 이상 싼 33만원에 내놓았다.
낯익은 풍경이 비경으로 다가오다
제주도의 숱한 비경을 한꺼번에 다 볼 수는 없지만 그중 몇이라도 찾아가서 눈호강을 하지 않는다면 후회할 일이다. 세계자연유산으로 잘 알려진 제주 덕천리의 거문오름(064-710-8981)은 겨울에 오르면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검은색 돌과 흙에 흰색 눈이 조화를 이루며 찾은 이들을 설레게 한다. 연초에 제주를 찾는다면 제주에서 제일 먼저 해가 뜨는 성산 일출봉(064-783-0959)을 찾아보자. ‘제주 여행’ 하면 필수코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기도 하지만 해맞이 풍경은 몇 번을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정상에서 볼 수 있는 겨울 해안 풍경도 일품이다.
‘지삿개 주상절리’(064-788-1521)는 자연이 오랜 시간 정성스럽게 빚어낸 예술품이다. 먼 옛날 용암이 바닷물을 만나 급속하게 식으면서 기둥 모양으로 수축된 지삿개 주상절리는 단면이 마치 조각칼로 깎아 놓은 것처럼 야무지다.
파도가 높이 치면 바닷물이 절벽에 부딪히며 하늘로 쓸려 올라간다. 은색 물방울이 하늘로 솟구치는 모습은 자연이 만들어내는 풍경의 일미다. 저녁이 되면 협재해변을 찾아보자. 낮에는 온통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다 저녁이 되면 보랏빛에서 다홍빛으로 바뀌면서 온 세상을 물들인다. (064-796-2404)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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