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과 함께하는 라이프디자인<78>
‘자식에게 기댈 수 없는 노후’. 올 한 해 우리 사회를 대변하는 말 중 하나다. 지난 11월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모에게 생활비를 제공해 드리고 있다’는 자녀가 49.5%로 처음으로 50%를 밑돌았다. 반면 ‘자녀의 도움 없이 부모 스스로 생활비를 해결한다’는 비율은 2002년 46.3%에서 2014년 50.2%로 절반을 넘어서며 둘의 비중이 역전됐다. 나이 들어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는 부모들의 다짐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부모 부양에 대한 자녀들의 인식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부모 부양의 책임이 가족들에게 있다는 응답은 31.7%에 불과했지만, 가족·사회·정부가 공동으로 부양해야 한다는 사람들은 이보다 15% 이상 많은 47.3%나 됐다. 모두 부모의 노후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는 현실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회 구성원이 바뀌고 사회가 변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는 한국에서 사회 구성원들의 이러한 의식 변화는 오히려 늦은 감마저 있다.
문제는 이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조사에서 자녀 교육비에 부담을 느끼는 부모는 70%에 이르렀지만, 부모(가족)로부터 여전히 대학등록금을 타는 자녀의 비율 역시 63%를 차지했다.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50~60대에 소득의 상당 부분을 자녀 대학등록금으로 쓰고 나면 부모는 빈털터리가 된다. 자식에게 모든 걸 쏟아붓고도 노후 생활비는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게 오늘날 대한민국 부모들의 현실인 것이다.
사실 해결책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동안 정부가 누누이 강조해온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의 3층 보장체계를 공고히하는 것만이 해답이 될 수 있다. 이 시대 부모들의 불안한 노후를 가정 사회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준비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퇴직연금제도를 바라보고 종업원들의 노후 준비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세제 혜택 등의 각종 정책적 유인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동시에 개인은 노후 준비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일도, 남의 일도 아닌 바로 내 일이란 점을 하루 빨리 깨달아야 한다. 다가오는 새해부터라도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을 적극 활용해서 차근차근, 이전보다 더 두텁게 3층 연금을 쌓아 나가는 행동의 변화가 필요하다.
최은아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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