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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비즈니스 戰士 '기업 정보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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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윤선/박영태 기자 ]
한화그룹 계열 정보기술(IT) 서비스업체인 한화S&C의 한 정보 담당 직원이 정윤회 씨 관련 청와대 문건을 입수한 경위에 대해 검찰 조사를 받자, 기업 ‘정보맨’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은 겉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온갖 정보를 유통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때론 자사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역정보를 흘리는 등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언론에 기사가 뜨면 뒷얘기를 자세히 파악해 회사 최고위층에 신속히 보고하는 등 시간과 싸워야 하는 직업이다. 아무한테나 맡기기 어려운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인 이유다.

정보 및 대관업무는 기업 기획팀에서 주로 맡는다. 대관도 큰 의미에서 정보 업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대관담당자의 일상적인 업무는 공무원들과 만나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고 정부의 협조 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관팀 직원들에게는 각자 담당하는 정부부처가 배정되기도 한다. SK텔레콤KT 같은 통신사는 통신 규제 업무를 하는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부처를 담당하는 대관팀 인원만 50명이 넘는다. “방통위 과장당 ‘마크맨’ 1명”이라는 얘기도 나돌 정도다.

상당수 대기업에는 정보 업무만을 전담하는 이들도 있다. 평소에는 경쟁사나 청와대·국회 등 정치권 동향, 사회 분위기 등 다양한 정보를 취합하는 역할을 하다 자사의 이익과 직결되는 사건이 터지면 관련 정보를 모으는 데 투입되곤 한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이슈가 터지자 이해당사자인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 등의 정보맨들이 관련 정보를 한발 먼저 알아내기 위해 불꽃 튀는 정보전을 벌인 게 대표적 사례다.

정보맨들에게 꽉 짜인 스케줄은 따로 없다. 비교적 자유롭게 활동한다. 아침에 출근해 주요 조간신문을 정독하며 ‘오늘의 이슈’를 챙긴다. 일명 정보지인 ‘찌라시’를 살펴보는 것도 필수 업무다. 증권가나 기자들이 많이 쓰는 메신저나 ‘카카오톡’ 등도 항상 켜 둔다. 한화S&C 직원도 이런 과정에서 정씨 관련 문건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약속은 마케팅 담당자보다 잦다. 누군가를 만나야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활동무대는 국회나 정부부처인 경우가 많다. 국회 보좌관이나 공무원 등과 자주 식사를 한다. 활동 범위에도 특별한 제약이 없는 편이다. 대기업의 한 정보 담당자는 “오너가(家)에 대한 주변인들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회장님이 다니는 교회 당직자들을 만난 적도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규율이 없는 건 아니다. 성과를 내야 하기는 다른 직장인들과 다를 바 없다. 대체로 하루 한두 건의 정보는 작성해야 밥값을 하게 된다. 정보를 받아보는 ‘윗분’을 만족시킬 만한 ‘거리’가 없으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정보맨으로 가치를 발휘하기가 좀체 어려운 이유다. 사회 각계각층에 두루 인맥을 확보하지 않으면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고 상대방에게 믿음을 줘야 조각 정보라도 얻을 수 있다. 대체로 정보맨 생활을 오랫동안 하다보면 친화력이 생긴다고 한다. 상대방과 가까워지려면 각종 이슈도 두루 꿰고 있어야 한다. 기자들을 상대하면서 친화력과 정보수집력을 쌓아온 ‘홍보맨’들이 정보맨으로 직종을 옮기는 사례도 있다.

정보원을 보호해야 함은 물론이다. 필요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적극적인 사고도 필요하다. 일부 대기업 정보담당자들은 진보단체 관계자를 정기적으로 만난다. 많은 사람과 교감하기 위해 때론 과음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10년 이상 정보업무를 계속했다면 해당 업계에서 어느 정도 실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보면 될 정도로 쉽지 않은 직업”이라고 말했다.

남윤선/박영태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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