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종합화학·테크윈 등 4개社 인수 발표 직후 잇달아 싼 값에 처분
"외부 차입으로 재무 안정성 저하 불가피"
이 기사는 12월08일(10:2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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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에서 기관투자가들이 한화그룹의 지주회사인 ㈜한화의 회사채를 잇따라 싼 값(높은 금리)에 처분하고 있다. 삼성종합화학·테크윈 등 삼성그룹 4개 계열사를 인수키로 한 한화그룹이 향후 대규모 인수자금 조달에 나설 경우 재무상태가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기관들의 이 같은 매도 움직임은 곧바로 채권금리 상승(채권값 하락)으로 이어져 자금조달 여건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화의 205회차 회사채(만기 3년)는 지난 27일 기관투자가 전용 시장인 장외시장에서 300억원어치가 거래됐다. 평균 거래금리는 연 2.93%로, 이 채권의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회사채 금리 평균)인 연 2.81%보다 0.12%포인트 높았다. 가격으로 따지면 민평가격이 1만55원(액면 1만원)인 채권이 최저 1만39원에 팔린 것이다. 이 거래로 채권을 내다판 기관은 100억원당 1600만원의 손실을 보게 됐다.
전날인 지난 26일에도 ㈜한화 203회차 회사채(만기 3년)가 기존보다 싼 값에 1000억원어치가 거래됐다. 내년 7월 만기가 돌아오는 이 채권의 이날 평균 거래금리는 민평금리보다 0.04%포인트 높은 연 2.72%를 기록했다. 이 채권을 팔아치운 기관 역시 100억원당 700만원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기관들의 ㈜한화 회사채 헐값 처분 움직임은 한화그룹이 삼성그룹의 석유화학기업인 삼성종합화학·토탈, 방위사업체인 삼성테크윈·탈레스를 인수한다고 전격 발표한 직후부터 이뤄지고 있다. 기관들은 총 2조원에 달하는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인수 주체인 ㈜한화와 한화케미칼, 한화에너지 등이 외부 차입을 통해 자금 조달을 할 경우 재무 건정성이 악화되고, 이에 따라 신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27일 ㈜한화와 한화케미칼, 한화에너지에 대해 “향후 외부 차입으로 재무 안정성 저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한화뿐 아니라 한화케미칼·에너지의 회사채를 싼 값에라도 내다팔려는 기관들의 움직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증권사 채권 애널리스트는 “자금 여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해소돼야 한다”고 했다.
한화그룹 측은 인수자금 조달과 관련, “그룹 내 유보금이 1조원에 달하며 ㈜한화와 한화케미칼이 매년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만 1000억원 정도 돼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밝힌 상태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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