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동부제철 등 4곳, 지금까지 1조3600억 지원
신청기업 상환 부담 비율 20%→30%선 늘어날수도
[ 박종서 기자 ] 회사채신속인수제를 1년 연장하게 된 이유는 조선과 해운 등의 업황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어서다. 회사채신속인수제가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기업의 마지막 ‘동아줄’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내년부터 제도가 없어지면 겨우 버티고 있는 기업들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신청기업 부담은 커질 것”
제도 연장은 결정됐지만 아직 완벽한 것은 아니다. 차환발행심사위원회(차상위) 내부의 이견이 남아있는 탓이다.
일부 위원은 기업들에 대한 지원이 너무 과도하다며 지원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신청 기업들의 상환부담 비율(20%)을 30%나 40%로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차심위 관계자는 “지원 필요성 자체는 공감하지만 특정 회사를 살리는 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기업들이 좀 더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에 상환해 준 회사채를 연장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회사채신속인수제는 공모채만 대상이 된다. 하지만 신속인수제를 이용하면 사모사채로 성격이 변한다. 만약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제도 자체에 대한 무용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 제도 연장 취지에 맞게 지원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차심위 관계자는 “각론으로 들어가면 많은 문제가 있지만 일단 연장했다는 것에 의미를 둘 필요가 있다”며 “상황을 봐서 운용의 묘를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1년반 동안 1조3680억원 지원
지난해 7월 제도가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회사채신속인수제도를 이용한 회사는 모두 네 곳으로 지원 금액은 1조3680억원에 이른다. 회사채신속인수제도란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회사가 만기 도래한 채권을 갚아야할 때 80%를 차심위 소속 금융회사가 떠안아주는 방식이다. 100억원의 회사채가 돌아온다면 20억원만 신청 회사가 갚고 나머지 80억원은 산업은행 채권은행 신용보증기금 금융투자업계가 나눠서 차환 발행을 책임진다. 어려움에 빠진 회사엔 ‘가뭄의 단비’ 같은 제도다.
이 제도를 통해 현대상선이 4000억원의 회사채를 상환할 수 있었으며 한진해운도 2932억원을 갚을 수 있었다. 한라와 동부제철에 대한 지원액은 각각 3260억원과 3488억원이다.
이 가운데 현대상선의 경우 작년에 지원받은 돈이 2240억원에 이른다. 2년 만기로 상환했기 때문에 회사채신속인수제도가 올해 끝나면 갑자기 많은 돈이 필요해진다. 현대상선을 포함해 내년에 회사채신속인수제도를 통해 상환한 돈을 되갚기 위해 마련해야 할 돈은 3960억원이다.
해당 기업들은 제도가 끝나면 살길이 막막해진다고 하소연한다. 해양수산부가 지난 4월 업무보고에서 해운회사만이라도 회사채신속인수제도를 연장해야 한다고 나선 이유다.
■ 회사채신속인수제
기업이 일시적인 유동성 악화로 만기 도래한 채권을 상환하지 못하게 됐을 때 지원해주는 제도. 신청 회사가 전체 채권액의 20%를 갚으면 나머지는 산업은행 채권은행 신용보증기금 금융투자업계가 인수해 준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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