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이달 11일 하루 매출 10조원(약 571억위안·93억달러)을 기록했다고 한다. ‘싱글데이 특수’ 덕분이다. 중국에서는 ‘1’이 4개 겹친 11월11일을 ‘광군제(光棍節·이성친구나 애인이 없는 사람을 위한 축제)’ ‘솽스이(雙十一)’ ‘싱글데이’라고 한다. 상인들은 ‘홀로 빈방만 지키지 말고 물건을 사면서 외로움을 달래라’며 대대적인 할인 판매에 나선다.
지난해에도 이날 6조4000억원(약 57억5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미국 최대 쇼핑 시즌인 블랙 프라이데이와 다음 월요일인 사이버 먼데이(cyber monday) 매출을 합한 액수(29억달러)의 두 배다. 올해 미국 실적은 어떨까. 모레(27일)가 추수감사절(11월 넷째 목요일)이고, 그 다음날(28일)이 블랙 프라이데이니까 세일 잔치가 코앞이다.
블랙 프라이데이에는 50~90%까지 할인해서 판다. ‘블랙’이란 말은 연중 최대 쇼핑으로 소비자 심리가 살아나 이전까지의 장부상 적자(red figure)가 흑자(black figure)로 전환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날 물품 구입 기회를 놓치더라도 다음 월요일인 사이버 먼데이가 기다리고 있다. 연휴를 즐기고 일상에 복귀한 사람들을 위한 온라인 쇼핑 세일이 전국적으로 이어진다. 이런 세일은 11월 마지막주부터 시작해 연말까지 계속된다. 영연방 국가에서 크리스마스 다음날 선물상자를 서로 주고받는 박싱 데이(boxing day)와 비슷하다.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요란한 쇼핑 시즌이 따로 없다. 대신 근본도 모르는 ‘~데이’가 1년 내내 이어진다. 1월14일 다이어리데이, 2월14일 밸런타인데이·허그데이, 3월14일 화이트데이, 4월14일 블랙데이, 5월14일 로즈데이….
거기에 축산농가를 돕자는 삼겹살데이(3월3일), 삼치·참치데이(3월7일), 오이데이(5월2일), 포도데이(8월8일), 구구데이(9월9일), 가래떡데이(11월11일)까지 생겼다. 작명도 갈수록 자극적이어서 단 하루만 광폭 할인하겠다는 ‘미친데이 이벤트’까지 등장했다.
돈벌이만 밝히는 업체들의 얄팍한 상술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거기에 휘둘리는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소비 행태도 딱하긴 마찬가지다. 별의별 기념일이 58개나 되고 그중 22개가 10~11월에 몰려 있다고 한다. 그러니 부모들의 등골이 휜다. 오죽하면 빼빼로데이를 백배로(?)데이라고 할까. ‘정말 겁난 데이~’라는 탄식이 나올 만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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