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시대' 대처법 (2)
지난 13년 동안 연평균 18%의 고속 성장을 지속해온 중국의 교역 규모는 지난해 4조2000억달러를 기록해 미국을 넘어섰다. 그리고 그중 16%가 위안화 표시로 거래됐다. 한국을 비롯해 영국 독일 프랑스 룩셈부르크 캐나다 카타르 등 10여개국에 역외 청산결제은행이 지정되는 등 관련 인프라도 확대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전망에 따르면 2020년까지 중국 무역의 약 35%가 위안화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역량 증대를 감안하면 중국 무역의 위안화 결제 규모는 3조달러 수준으로 커질 것이다.
세계를 향한 위안화의 질주가 가속화하는 시점에서 한국은 시의적절하게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으로 13억 인구의 거대 중국 시장을 열었다. 지난해 한·중 교역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은 1.2%에 불과했지만 정부는 최근 위안화 청산은행 출범식에서 정부와 민간의 공조로 이 비중을 20% 이상으로 높인다는 비전을 내놓았다.
한국 기업이 중국과의 무역결제 통화로 위안화를 도입할 경우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일까. 먼저 업무 효율성 및 비용 절감 효과다. 달러 표시 거래는 중국 외환관리 당국의 외환확인증명서 발급 등 통제 절차로 인해 자금화까지 며칠 걸린다. 반면 위안화 거래는 당일 처리돼 신속한 업무와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다음은 시장 접근성과 거래처 확장이다. 중국은 기업 규모별로 외환거래 가능액 한도가 정해져 있어 달러 표시로 거래할 수 있는 업체가 제한적이다. 위안화로 결제할 때는 그런 제한이 없어 거래처 다변화가 가능하다.
위안화가 단순 무역결제 통화를 넘어 국경을 넘나드는 계열사 간 유동성 및 운전자본 관리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지난 1일 중국 전역으로 확대 시행된 국경 간 위안화 자금 집금 제도를 통해 일정 요건을 갖춘 기업은 계열사 간 역내 및 역외 위안화 유동성을 연계해 관리할 수 있다. 중국 내에 잠겨 있던 여유자금을 해외 계열사로 보내거나 그 반대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효과가 있는데 한국의 위안화 무역 결제 규모는 왜 더 빨리 늘어나지 않는 것일까. 미국 작가 앨버트 허버드는 “우리가 진보를 반대하는 이유는 진보 자체가 싫어서가 아니라 관성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전진하기 위해서는 관성을 이겨내야 한다. 변화는 누구에게든 불편하며, 변화하려면 변해야 하는 이유를 주체적으로 인식하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한국이 성공적인 역외 위안화 센터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한국 내에서 위안화 표시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을 시장 참여자가 인식하고 무역 거래에서 어느 통화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고 연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중국 비즈니스에서 위안화 표시 거래가 일상화하는 변화의 순간, 즉 티핑 포인트는 곧 찾아올 것이다.
더 이상 위안화 ‘국제화’를 지켜보기만 하지 말고 위안화를 ‘현지화’해 국가 경쟁력 강화를 모색할 때다.
박현주 <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전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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