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12일(13:4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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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건설업체인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지분 5%를 장내에서 매입한 배경을 두고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금호터미널, 금호리조트를 거느리는 모기업으로 내년 초 매각이 예정돼있어서다. 호반건설은 단순 투자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에선 금호산업 인수를 염두에 둔 사전 작업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호반건설 "단순 투자목적"
호반건설은 12일 금호산업 주식 171만4885주(5.16%)를 장내매수했다고 공시했다. 매입금액은 주당 1만1926원으로 총 204억원 규모다.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의 지분을 취득한 이유는 '단순 투자목적'이라는 게 공식 입장이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금호산업이 곧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종료되는데 주가가 저평가 돼 있어서 매입했다"며 “향후 토목부문이 강한 금호산업과 파트너십을 이뤄 각종 공사에 컨소시엄을 이뤄 들어갈 가능성도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호반건설의 지분 매입에 대해 "단순 투자라는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박삼구 회장측 백기사 가능성도 제기
금호그룹 일각에선 호반건설이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의 백기사로 나설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금호그룹은 한달여 전부터 호반건설의 지분 매입 움직임을 파악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산업 주식 매입 주체로 '기타법인'의 지분율이 높아졌고 매입 주체를 찾는 과정에서 호반건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호산업은 금호석유화학측과 경영권 분쟁이 있었기 때문에 항상 대규모 매수 주체에 대해 점검하고 있다"며 "금호그룹측에서 호반건설의 매수를 감지해놓고도 별다른 대응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양사 경영진간 교감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겠나"고 분석했다.
박삼구 회장은 채권단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이후 출자전환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57.5%의 금호산업 지분을 되찾기 위해 재무적 투자자 등 인수파트너를 찾아야하는 상황이다. 호반건설이 금호산업과 같은 호남지역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적대적 관계보다는 우호적 관계에서 손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일각의 관측이다.
금호산업 시가총액은 5000억원 수준이지만 자회사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몸 값은 1조원 가량 될 것이란게 투자은행(IB) 업계의 분석이다. 박 회장이 채권단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선 최소 5000억원의 실탄이 필요하단 얘기다.
시공능력은 24위인 호반건설은 작년 주택시장 장기 침체에도 불구 1000억원 이상의 순익을 냈으며 2010년부터 무차입경영을 해오고 있다. 단기금융상품 등을 포함한 현금자산 규모는 3000억원에 달한다.
◆금호산업 인수 사전 작업 '무게'
그러나 IB시장에선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지분을 매입한 것과 관련, 인수를 위한 사전 작업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호반건설이 장내에서 5%의 지분을 사는 것이 박삼구 회장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데다 동종업계에서 백기사를 하고 받아낼 수 있는 사업적인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호반건설은 과거부터 금호그룹 계열사 인수에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은 지난 7월 금호고속 매각 주관사로부터 기업소개서(티저레터)를 받아가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에도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호산업을 인수하게 되면 아시아나항공 뿐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금호터미널을 통해 금호고속을 가져가게 될 기회도 잡을 수 있다. 금호터미널이 금호고속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호반건설이 공시의무 대상인 5%이상 지분을 취득해 금호산업 지분에 투자했다고 대외적으로 알림으로써 인수작업을 선점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공시를 통해 금호산업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게 되면 재무적, 전략적 투자자들이 호반건설에 공동 인수를 추진하기 위해 손을 내미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지분을 100% 인수해 합병한다고 가정할 경우 지금 장내에서 매수하는 것이 비용이 적게들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인수를 하게 되면 장내매수한 지분을 합쳐 지배구조를 바꾸는데 활용할 수 있고 인수를 안하더라도 추후 매각작업에서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손해보는 장사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하수정/임도원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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