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찰과 다음카카오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카톡 감청’이 논란의 주제였다. 검찰은 인신비방과 명예훼손이 넘쳐나는 카톡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다음카카오는 대표이사를 내세워 ‘협조 제한’을 강조했다. 논란의 이면에는 사생활 침해와 사법권 행사가 충돌한다. 생글기자들이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기사를 보내왔다.
■ ‘빅 브러더’가 되려는 권력속성 막아야
최근 수사당국이 카톡을 감청한다고 해서 논란이 일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카톡에서 다른 서비스로 갈아타는 일이 벌어졌다. 1주일 만에 텔레그램 가입자가 1.9배 증가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이유야 어떻든 이용자들이 탈퇴하는 사건이 나타난 것이다.
그동안 수사기관들은 범죄 수사에 필요한 개인정보와 통신내용을 확보해 왔다. 포털이나 통신사들도 수사상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다. 일각에서는 영장도 없이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넘겨졌다는 소문도 있다. 그렇게 쉽게 협조를 받아온 탓에 검찰은 이번 일도 쉽게 넘어갈 것이라고 안이한 판단을 했을 수 있다.
일부 이용자의 반발은 거셌다. 검찰이 극히 개인적이고 숨기고 싶은 부분을 들여다봤을 것이란 의심이다. 다음카카오가 공개한 정보제공 현황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86건의 감청 요청이 있었고 90% 이상 이에 협조했다. 올해 상반기 감청 요청 건수는 61건, 처리율은 93.44%에 달한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총 100건 이상의 감청 요청이 있었음에도 줄곧 ‘받은 바 없다’고 언급했던 점은 사용자 불신에 영향을 미쳤다.
이석우 공동대표의 대응 능력도 비판을 받았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안타까운 일이다. 어떤 서비스도 해당 국가의 법 적용을 받는다. 정당한 협조는 해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약 2주 뒤 그는 “본인의 안이한 인식과 미숙한 대처로 사용자에게 불안과 혼란을 끼쳐드려서 대단히 송구하다”고 말을 바꿨다.
주가가 급락하고, 사용자 수가 줄어들고, 해외 메신저로 옮겨가는 사이버 망명 사태가 나타난 데 대한 나름의 대응책을 내놓은 것이다. 결국 그는 “카카오톡 이용자에 대한 수사기관의 감청 영장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이버 검열’과 협조에 놀란 이용자들의 불신은 극에 달했던 터였다.
하지만 이런 대응이 법 집행 거부라는 비판도 있었다. 이 비판은 틀렸다. 대법원 판례는 ‘감청을 과거의 대화 내용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대화·통신 내용을 몰래 듣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전화와 달리 현재 기술로는 실시간 감청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감청 영장이 집행됐던 것은, 회사 쪽이 감청 영장을 거부하는 대신 압수수색영장을 받은 셈치고 서버에 보관된 3~5일치 대화 내용을 복사해 수사기관에 제공해왔기 때문이다. 검찰·법원·회사 모두 ‘관행에 따라’ 감청 영장을 청구하고, 발부하고, 응해왔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다음카카오의 감청 영장 불응은 법에 따른 정당한 입장 전달일 뿐, 공무집행 방해나 거부가 될 수 없다.
사생활 보호는 매우 중요한 헌법적 가치다. 국가권력은 언제나 권력을 남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오늘날처럼 첨단 기술이 발달한 마당에 국가권력이 마음만 먹으면 개인의 모든 디지털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다.
이번 사건도 이에 대한 걱정이 증폭된 결과다. 수사상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정식 절차를 거쳐 법원이 발부한 영장 범위 내에서 수사 협조가 이뤄져야 한다. 기업들도 수사당국에 무조건 협조할 일이 아니다.
기업 대표변호사가 있는 만큼 수사당국의 월권에 대해서는 항의해야 한다. 그래야 이용자들의 정보를 보호할 수 있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영장 범위를 벗어난 협조는 개인정보 보호법에 어긋난다.
법원이 최전선이다. 일정한 수사 범위와 혐의를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 법원이 무너지면 개인정보, 사생활 보호는 지켜질 수 없다. 개인들의 행선지와 동선을 폐쇄회로TV로 모두 감시할 수 있는 사회다. 조지 오웰의 ‘1984’에 등장하는 빅 브러더가 현실화돼 있는 것이 현대다. 안보상 필요한 수사에는 물론 적극 협조해야 한다.
김진식 생글기자(김해 장유고 1년) hjjh9910@naver.com
박영은 생글기자(전북여고 1년) hyaecp1111@naver.com
■ 수사와 사생활 보호 공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국민의 사생활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헌법상 자유권이란 이름으로 기초적 인권을 보장하고 있다. 헌법 제17조가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인 간 주고받는 메시지는 사생활 영역에 포함된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법으로 심판해서는 안 되며, 사생활 영역의 보호는 헌법적 가치를 뛰어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이기도 하다. 그런데 카카오톡이 감청 영장에 응한다는 것은 개인의 생각과 발언이 국가기관에 공개된다는 것이며, 이용자는 자유권 및 기본적 인권을 침해당하는 것이다. 물론, 중범죄를 저질렀을 것으로 의심되는 피의자에 대한 압수수색은 수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압수수색의 대상이지, 감청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이렇게 감청의 범위가 확대될 경우, 일반인이 입는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는 것이 문제다.
감청 논란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감청 영장이 무분별하게 다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법원에서 발부한 감청 영장은 157개다. 하지만 수사기관이 이를 근거로 감청한 유선전화, 전자우편·카카오톡·카페 등 인터넷·모바일메신저 계정은 6032개다. 이러한 통계는 감청 영장 1개당 38개의 전화번호 또는 인터넷·모바일메신저 계정이 감청당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을 뜻한다. 영장 하나로 수십명의 사생활이 감시된다는 추정이 숫자로 확인된 것이다. 또 다른 근거는 국가보안법에 의거해 청구된 감청 영장 중 절반 정도만이 기소되었다는 통계가 있다. 그만큼 공권력을 남용하고 있고, 감청이 신중하지 못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감청 영장이 제대로 청구돼 이를 바탕으로 기소와 범죄에 대한 처벌이 올바르게 진행되었다면, 그것은 국민의 안전과 정의를 위한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이러한 사생활 침해로 인한 대중의 불안은 사이버 망명(Cyber Asylum)으로 이어진다. 사이버 망명이란 정치적 사유 등으로 자국 내 서버에서의 자유로운 인터넷 이용에 제한을 받는 사용자가 국내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해외 서버로 옮기는 행위를 의미하는 21세기의 신조어다. 국내 사용자들이 사생활 노출을 우려해 카카오톡을 탈퇴하고 독일에서 만든 ‘텔레그램’이라는 메신저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정부의 사이버 검열이 발표된 이후 카카오톡 사용자가 6일 만에 111만명이나 감소하는 기록적인 일이 발생했다. 대중은 텔레그램의 보안이 뛰어나다는 점과 서버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정부가 서버 검열을 요청할 수 없다는 점을 주목했다.
나아가 소비자들의 기피로 국산 매체에 대한 붕괴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전 사례를 보면 MBC 작가의 이메일이 수사기관에 의해 수집됐다는 보도 이후, 다수의 이메일 서비스 이용자들이 대거 지메일 등 해외 업체가 운영하는 이메일 서비스로 옮겨가는 일이 벌어졌다. 또 다른 사례로는 국내 업체에만 적용된 성인 인증 제도로 인해 44%에 달하던 판도라티브이의 시장 점유율이 3.7%로 떨어지면서 그 빈자리를 해외 업체인 유튜브가 메웠던 일이다. 하지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텔레그램 망명은 그 규모나 사회적 파장 면에서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전 사례를 보면 카카오톡 검열은 대한민국 토종 기업으로 가입자 1억6000만명에 수조원을 가치를 인정받는 기업을 무너뜨릴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감청 영장에 대한 충돌은 다음카카오 회사의 문제만이 아니라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과거 형성된 법질서와 사고의 문제에서 촉발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카카오톡 검열 논란을 계기로 ‘디지털 시대에 맞는 법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용자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되 수사기관의 공익적인 목적이 조화를 이뤄내는 법제도가 만든다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지표가 되지 않을까.
금경원 생글기자(동아마이스터고 1년) kwkum@naver.com
조아영 생글기자(와부고 2년) cay23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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