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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의 독재자’ 박해일, 언제나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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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언제나 그랬다. 스크린 너머의 박해일은 언제나 청춘이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괴물), 엉큼한 속내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영어 교수(연애의 목적), 속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선생(좋지 아니한가), 가진 건 쥐뿔 없어도 멋만은 포기할 수 없는 오렌지족(나의 독재자). 언제든, 어디에 있든. 그가 서있는 자리에서는 늘 청춘의 냄새가 났다.

최근 영화 ‘나의 독재자’(감독 이해준) 개봉 전 한경닷컴 w스타뉴스와 만난 박해일은 그 ‘청춘의 이미지’에 대해 “마지막 일 것”이라는 다소 무심한 정의를 내렸다.

“‘이제 젊은 역할은 마지막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영화를 찍은 건 사실이에요. 어쩌겠어요. 나이를 먹는데. 다 털어낸다는 기분으로 찍긴 했는데. 그런다고 뭐 달라질까 싶기도 해요. 이렇게 말해놓고 다음 작품은 아닐 수도 있고. 그냥 기분만큼은. (웃음)”

서른여덟 살. 청춘이라 불리기엔 겸연쩍은 나이임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묘하게도 박해일은 늙지 않는다. 그것은 비단 외모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그가 가진 청춘의 냄새는 늘 한결같으므로. 불안정하고 위태롭더라도 늘 싱그러운 인상을 머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하여금 완성된 태식 역시도. 가장 박해일에 가까운 청춘의 인상이 있었다.

“아무래도 그런 이야길 계속 듣는 건, 제가 가지고 있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겠죠. 그것이 영화 속이든 캐릭터든 말이에요. 지울 수가 없는 지점들이 있나 봐요. ‘저 친구가 잃지 않는 초심 같은 것’이라 봐주시는 것 같아서 고맙죠.”

농담처럼 “늙지 않는 비결인 뭔가요?” 물었더니, 멋쩍은 듯 웃어버린다. “단순한 외모가 아닌 이미지”라고 했더니 짐짓 고민한다. 늙지 않는다는 것은 배우에게 어떤 힘으로 작용되는 걸까. 길어지는 침묵에 “그런 이미지가 싫으신 건가요?” 더했다.

“유한적이라고 보고 있어요. 제가 주장한다고 그게 바뀌나요. 시간이 지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바뀔 거라고 생각해요. 애써 피할 필요도 없죠.”


그는 ‘젊은’ ‘청춘’ 같은 키워드나 이미지에 대해 타인이 느낀 박해일의 초심일 것이라 짐작했다. 마찬가지로 이해준 감독은 “촬영장에서 늘 고민하고 궁리하는 배우”라 했고, 설경구는 “늘 대본을 성경처럼 지니고 다니는 초심을 가졌”다고 평했다. 그가 가진 초심은 ‘나의 독재자’에서도 변심 없이 작용했을까. 그에게 “이번 영화에서 가장 궁리한 것”에 대해 질문했다.

“태식스러운 건 뭘까 하는 점이었죠. 그런 것 같아요. 태식스러움이 뭘까. 아버지에 대한 느낌들을 주고받을 때나, 감독님이 디렉션을 주시는 것들을 생각하면서. 왜 그러실까, 왜 저런 지시를 주실까 여러 생각들을 하는 거죠. 한 가지만이 아니라 여러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 중 가장 큰 줄기는 태식이었겠지만요.”

영화는 시종 아버지 성근의 등을 보여준다. 한없이 듬직했던 아버지의 등이 순식간에 바람 빠진 풍선처럼 느껴질 때. 태식을 비롯한 관객들은 같은 결의 서글픔을 느꼈을 터였다. 박해일 역시 “남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며 서서히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애잔함을 표현했다.

아들 태식에게, 아들 박해일에게 “아들로서 영화에 표현하고 싶었던 부분”이 있는지 물었다.

“표현 보다는 주어진 작품 안에서, 그 역할을 해봄으로써 대신 느껴보고 싶었던 게 맞죠. 그게 이 영화를 선택한 계기기도 하고요. 감독님과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감독님도 저라는 배우를 통해 아들의 입장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관객들 역시, 보편적인 아버지의 이야기부터 자식의 입장까지 자연스럽게 전달되길 바라요.”

‘나의 독재자’에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이 산재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통닭을 사오는 성근의 모습이 어린 시절의 기억과 가장 닮았다”고 했더니 박해일은 “센베이 과자”가 그렇단다.

“저희 아버지도 트럭에서 파는 센베이 과자 있잖아요. 그런 걸 꼭 사오셨어요. 요즘엔 배달시키면 뭐든 오니까요. 문화가 많이 변한 것 같아요. 그 시대 아버지는 그런 것들로 자식에게 ‘큰 일’을 한다고 생각하셨을 텐데. 그게 느껴지는 게, 아이들이 자고 있으면 꼭 발로 깨우잖아요. ‘야. 먹구 자’라면서.”


그의 말처럼 ‘나의 독재자’는 박해일의 그 시절과도 닮은 작품이다. “낯설지 않은 맛”을 가지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90년 대 태식과 비슷한 나이”였던 그는 “떠올려 본 만큼 가지려”고 노력했다.

“어디 없을 법한 캐릭터는 아닌 것 같아요. 빚은 잊는데 강남을 고집하고, 월세 방에 주차할 공간이 없더라도 외제차를 세워놔야 하는 그런 자존심 하나로 사는 친구들이요. 초반엔 그런 모습들을 유쾌하게 가져가려고 했어요. 편집된 부분 중에는 압구정동 거리에서 ‘야타’를 하는 모습도 있었죠. 그런데 너무 리얼했나. 잘랐네. (웃음)”
그 시대를 재연하는 것. 다시금 그 시대를 살아본 것에 대한 소감을 묻자 그는 “오렌지족을 보긴 했지만 직접 주체가 돼보진 않았다”면서 “이번 기회에 경험해보고 대리만족을 느꼈다”고 농담했다.

대리만족. ‘나의 독재자’는 분명 이 세상의 아버지들, 이 세상의 아들딸에게 같은 감정의 결을 공유하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박해일은 “직접 티켓을 끊어 아버지께 보여드리고 싶은 영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아들의 입장에서, 살아계신 아버지에게 보내는 진심 같은 의미에요. 아버지에게 ‘이러이러해서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잘 안하다 보니까요. 그걸 애둘러 영화로 보여드리는 거죠.”
조금 부끄러워하는 모습에서, 지극히 평범한 아들의 인상을 느꼈다. “아버지에게 고백하는 기분이겠어요” 응수하자 그는 “이래놓고 만나게 되면 ‘어 봤어’하고 끝일 것”이라며 작게 웃는다.

“우리 세대 부모님들이 대부분 그러시지 않나요? 짧고 간결하게. 하지만 뒤에서는 참 좋아하시고요. 못 배우신 거죠. 그런 표현 방법을요. 살아가야 하는 명제가 큰 삶을 살아오시다 보니까요.”
한 아버지의 아들. 그는 자라서 또 다른 누군가의 아버지가 된다. 그에게 “아버지로서의 박해일은 어떤가요?” 물었다.

“그래도 전 조금 나은 것 같아요. 부전자전이라고 완전히 딴 판일 수는 없지만요. 조금은 더, 시대가 요구하는 대로 같은 눈높이로의 개념들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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