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결 인턴기자] 병원에서 시작돼 병원에서 끝나버린 애틋한 사랑 이야기. MBC 주말드라마 ‘내 생애 봄날’(극본 박지숙, 연출 이재동)이 새드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방영 전 일각에서는 막장 요소 없는 ‘내 생애 봄날’이 이목을 끌 수 있겠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의심에도 ‘내 생애 봄날’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유지하며 시청자들의 ‘힐링 드라마’로 떠올랐다.
심장이식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비롯해 극이 진행 될수록 자연스레 드러나는 주인공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는 드라마 인기를 지탱해준 주춧돌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이다.
◆ ‘내 생애 봄날’ 심장이 뜀으로써 존재하는 드라마
심장은 ‘내 생애 봄날’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 사람의 생명을 좌우하는 것과 동시에 ‘내 생애 봄날’의 중요한 소재기도 하다.
이 작품은 매회 예고편에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선 이봄이의 모습을 내걸 수 도, 죽을 고비를 넘긴 한 여자가 새 삶을 그려나가는 희망적인 모습을 내걸 수 도 있었다. 허나 ‘내 생애 봄날’은 예상을 뒤엎는 시나리오 전개를 펼쳤다.
사별한 아내의 심장을 이식받은 이봄이(최수영)와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에 빠졌다가 결국 두 번째 사랑마저 잃는 기구한 운명의 강동하(감우성). 그리고 형에게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두 번씩이나 빼앗기는 강동욱(이준혁). 18살 차에 아이가 둘씩이나 있는 강동하와 결혼하겠다는 이봄이를 딸로 둔 능력있는 부모 이혁수(권해효)와 조명희(심혜진) 등 복잡한 관계 설정 및 심장이식을 주제로 멜로를 풀어가는 방식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요소였다.
하지만 ‘내 생애 봄날’은 극이 마무리 될 때까지 몸싸움도 언성을 높이는 모습도 결코 쉽게 볼 수 없었다. 그저 조곤조곤 대화로 극을 풀어냈다. 갈등의 소지가 다분한 이 작품 인물 관계 속에서 심장이 아닌 신체의 다른 일부분이 이식됐다면 결코 쉽지 않았을 전개다. ‘내 생애 봄날’에서 심장은 극의 무게감을 유지하는 역할을 완수했다.
또한 심장은 등장인물들의 사랑도 이별도 좌지우지했다. 사랑했던 여자의 심장을 직접 들어내 이봄이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 준 강동욱. 그에게 이봄이는 사랑했던 여자의 심장을 지녔다는 것만으로도 사랑할 만한 이유가 충분했다. 하지만 아내의 심장을 지닌 이봄이에게 운명처럼 빠져드는 강동하는 본의 아니게 이봄이를 빼앗았고 이봄이 또한 그에게 빠져들었다.
허나 위기없는 사랑은 없었다. 모두에게 이봄이 심장의 비밀이 알려지면서 양가 부모 반대는 물론, 당사자들까지도 서로의 사랑을 의심하게 됐다. 이후 평정심을 되찾은 이봄이와 강동하는 이조차도 운명이라 여기고 사랑을 이어갔지만 결국 이봄이는 심장의 거부반응으로 건강이 악화돼 자신의 심장을 또 다른 이에게 기증하며 생을 마감했다.
한 여자의 심장이식을 이유로 사랑에 빠진 강동욱과 사랑이 흔들린 강동하. ‘내 생애 봄날’의 러브라인은 그야말로 심장이 뛰는 대로 흘러갔다. 그리고 심장이 이봄이의 몸에서 더 이상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드라마도 끝이 났다.
◆ 드라마 이야기보다 더 흥미로운 ‘내 생애 봄날’ 인물 간 케미
강동하는 아내와 사별한 후 두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는 상황. 그런 강동하가 18살 연하 이봄이와 러브라인을 이뤘다. 이봄이로 말하자면 아빠가 병원장에 엄마가 이사장인 해길병원에서 영양사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20대 여성.
능력만 본다면 강동하는 가히 매력적인 중년이다. 그는 축산업체 하누리온의 대표 CEO다. 또 절대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지 않으며 여유를 술술 내뿜는다. 공적인 부분에서 강동하는 남성들이 그 나이에 그 정도 위치에 오르고 싶어 하는 직위를 갖췄다.
성격적인 면에서는 ‘나쁜 남자’스타일을 고수했다. 내 여자가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고, 사랑하는 여자에게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진심어린 사랑을 전하는 상남자다. 게다가 밀당의 고수. 이봄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툭 던져 설레게 만든 후 마음을 정리하겠다고 해 안달나게 했다.
하지만 강동하의 사적인 생활은 달랐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후 어린 딸 강푸른(현승민)과 아들 강바다(길정우)에게 본인의 까칠한 성격을 드러내 구박받기 일수다. 또 하나뿐인 동생 강동욱에게는 지울 수 없는 사랑의 상처를 두 번 씩이나 안겨줬다. 강동욱이 짝사랑하는 여자와 결혼을 하는가하면 약혼까지 한 이봄이를 앗아가기도 했다.
이러한 역할에 감우성이란 배우를 캐스팅 한 것은 신의 한수. 감우성은 막장이라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충분했던 역할임에도 그는 시청자들을 차분한 연기로서 설득시켜 버렸다.
강동하의 중년 감성을 뒤흔든 이봄이. 그는 성실함의 정석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탄탄한 집안배경 덕에 먹고 놀아도 될 터지만 매사 열정이 넘친다. 그런 이봄이 캐릭터를 최수영은 경력 8년차의 연기 내공으로 소화해냈다. 사랑에 빠진 여자의 모습, 심장병으로 고통스러워하는 환자의 모습 등 다양한 연기를 선보였다.
대한민국 최연소 심장 전문의이자 해길병원을 대표하는 비주얼 의사 강동욱(이준혁)은 첫사랑과 어렵게 사랑하게 된 연인을 형에게 보내야만 했던 비운의 캐릭터였다. 그러나 딱히 동정심은 들지 않다는 네티즌들의 평이 주를 이뤘다. 사회적 지위와 훤칠한 외모, 젊음을 자랑하는 그에게 더 좋은 연애 상대가 많을 거라는 현실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물론 강동욱이 빼앗긴 연인에 크게 집착하는 모습도,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강동욱의 전 여자친구인 배지원(장신영)은 극 초반 모호한 캐릭터로 궁금증을 자아냈다. 배지원은 강동욱의 곁을 맴돌며 그에 대해 미련을 보이다 후반부에 강동욱과 러브라인을 생성했다.
이봄이의 엄마 조명희(심혜진)는 강한 카리스마로 해길병원을 이끌어가는 이사장이다. 남편은 해길병원 병원장 이혁수(권해효)로 이들 부부는 중산층 이상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심장이식 덕분에 겨우 살게 된 딸 때문에 얼굴에 근심이 가득한 영락없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줬다. 딸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늘어놓는 잔소리하며 결국은 딸의 고집을 꺾지 못하는 모습은 평범한 부모의 마음을 대변했다.
나현순(강부자)은 강동하, 강동욱의 엄마이자 하누리온 공장장. 결코 40대 아들을 둔 세대의 여성으로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지위가 아니다. 그래서일까 기존 푸근한 친정엄마 느낌의 강부자는 온데간데 결단력 있고 아들을 위해서는 냉정해질 줄 아는 모습을 보여줬다.
마지막 강동하의 딸과 아들 강푸른과 강바다. 이들이 등장 할 때마다 분위기가 밝아진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강동하의 삶의 무게를 인식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무뚝뚝한 아빠 강동하에게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 아이들에게는 이봄이가 필요하다는 것을 종종 느끼게끔 해줬다. 강동하와 이봄이의 사랑이 이어지는 데에 이들의 등장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매개체 역할을 한 셈이다.
오랜만에 찾아온 정통멜로드라마라는 점에서 ‘내 생애 봄날’은 많은 기대를 모았다. 독특한 소재가 있었기에 인물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기회도 많았고, 자그마한 반전도 크게 확대 할 수 있었다. (사진출처: MBC ‘내 생애 봄날’ 방송 캡처, 드림이앤엠, 후너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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