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일 건설부동산부 기자 hiuneal@hankyung.com
지난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대책’을 두고 ‘반쪽 대책’이라는 반응이 많다. 저금리 장기화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면서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중산층 전세난에 대한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는 실망감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전셋값 급등으로 우려되는 저소득층 주거 불안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 등의 임대주택을 크게 늘리고 취업준비생 등을 위한 저리의 월세 대출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토부 고위관계자는 “(중산층) 아파트 전세난을 단기간에 완화시킬 대책은 없다”고 털어놨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10월 30일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주택 임대시장 구조가 전세에서 월세 중심으로 바뀌는 것은 큰 흐름”이라며 “정부가 막을 수 없다”고까지 했다. 경제 여력이 있는 수요자는 전세로 눌러앉는 대신 집을 사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일각에서 나왔다.
저성장, 저출산, 베이비부머 은퇴 등의 국내 경제 구조를 감안할 때 주택 임대시장을 바라보는 국토부의 이런 시각이 틀렸다고 볼 순 없다. 부작용이 예상되는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지 않은 것도 정부의 섣부른 시장 개입을 최소화한다는 측면에서 올바른 방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산층 전세입자들이 주택 구매자로 전환할 수 있는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임차인의 60%가량이 전세로 살고 있다. 약간의 은행 차입금을 동원하면 집을 살 수 있는 임차인들이 적지 않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그런데도 계속 전세를 고집하는 건 10~20년 전에 지어진 중층 아파트를 사면 감가상각으로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10~20년 뒤에는 슬럼화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금리가 낮아질수록 전세보증금이 종전보다 올라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월세 전환의 연착륙을 위해서라도 전셋값 상승폭을 적정 수준으로 안정시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전세 임대인 우대 및 도시 재생과 같은 단·장기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현일 건설부동산부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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