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지역구 '대수술'…서울 강남·강서 선거구 신설 가능성
여야 "헌재 결정 존중"…지역대표성·행정구역 등 고려 필요 지적도
[ 손성태 기자 ] 국회의원 선거구를 획정한 법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불합치 결정으로 선거구제도 대수술이 불가피해졌다.
헌재 결정에 따라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현행 3(31만406명) 대 1(10만3469명)에서 2 대 1 이하로 바꾸게 되면 지역구 246곳 중 인구 상·하한 기준에 맞지 않는 62곳의 선거구를 조정해야 한다는 산술적 계산이 나온다. 선거구 획정에는 표의 등가성원칙 외에 지역대표성과 행정구역 등의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지역구 통합·분할에 따른 여야 및 의원들 간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정치적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62곳 조정 … 49곳 통·폐합 예상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인구기준 불·부합 선거구 현황’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으로 선거구 1곳의 평균 인구수는 20만8475명으로 상한인구수 27만7966명, 하한인구수 13만8984명이다. 경기도 6곳을 포함해 인천(5), 충남(3), 서울(3) 등 37개 선거구는 1개 선거구에 필요한 인구상한선을 넘어섰다. 여야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이들 선거구는 쪼개지거나 인근 선거구와의 경계 조정 등의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서울 은평을은 인구 29만4123명으로 상한선을 초과했다.
이 지역구는 은평구 전체 인구수 49만9969명을 감안할 때 갑·을 경계 조정만으로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 반면 인구 30만명을 넘어선 서울 강남갑과 강서갑은 강남구(57만3756명)와 강서구(58만1672명)의 전체 인구수가 상한인구수 두 배를 넘어섬에 따라 선거구가 신설될 가능성이 크다.
하한인구 기준에 미달한 호남 7곳을 포함해 25곳도 구조조정 대상이다. 62곳 가운데 자치 시·군·구 내에서 경계조정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어 통합·분구가 불가피한 선거구는 49곳(인구 초과 27개, 인구 미달 22개)으로 전망된다.
헌재 결정에 따라 변화가 예상되는 62곳의 지역구 중 현재 새누리당이 차지한 곳은 모두 30곳이다. 이 중 인구상한을 초과하는 지역구는 17곳, 인구하한을 미달하는 지역구는 13곳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차지한 32곳 중 인구상한을 초과하는 곳은 20곳, 인구하한에 미달되는 곳은 12곳이다. 지역구 통합·분할의 방식에 따라 여야 유·불리는 달라지겠지만, 단순 수치로만 보면 현재 새정치연합이 차지한 지역구가 분할 대상이 많다.
야당 텃밭인 광주와 전남·전북의 경우 4곳이 인구상한을 초과하고 8곳이 인구하한을 미달한다. 여당의 경우 부산·대구·경남·경북에서 5곳의 지역구가 인구상한을 초과하고 9곳이 미달한다.
○정치권, 정치개혁특위 가동 예정
여야는 30일 헌제 결정에 일단 원론적 수준에서 존중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그러면서도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새누리당은 ‘심도있는 논의를 통한 합리적 선거구 조정’에 방점을 뒀고, 새정치연합은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조속한 구성 및 선거구획정위의 조기 가동을 제안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등은 개혁 차원에서 선거구 획정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및 해당 지역구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릴 수 있어 정치권 차원의 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헌법소원을 주도한 정의당의 심상정 원내대표는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 전면 조정은 정치의 변화를 요구하는 헌법의 명령이자 국민의 명령”이라며 “현행 소선거구제는 국민의 평등권을 보장할 수 없는 만큼 결선투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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