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형 건설부동산부 기자 kph21@hankyung.com
[ 김보형 기자 ] “전세 가격이 5억6000만원에서 6억5700만원으로 2년 새 1억원 가까이 뛰었는데 올해 전셋값 상승률이 낮은 편이라고요?”
자신을 서울 잠실동 리센츠아파트 세입자라고 소개한 직장인 김모씨(39)는 올해 전국 아파트 전세 가격 상승률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는 지난 28일자 한국경제신문 기사를 보고 공감할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은행 집계 결과 올 들어 10월까지 전국 아파트 전세 가격 상승률은 3.65%로 지난해 연간 상승률(7.15%)의 절반 수준이다. 통계만 놓고 보면 세입자들의 전세금 고민이 줄었어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라는 게 김씨와 같은 세입자들 목소리다.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전세 특성상 올해와 작년의 전셋값 상승률이 한꺼번에 누적되기 때문이다.
김씨가 세들어 사는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84㎡ 실거래 전세 가격을 살펴보면 2년마다 전셋값 상승세가 얼마나 가파른지 체감할 수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입주가 한창이던 2008년 9월 이 집 전셋값은 2억3000만원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진 영향이었다. 하지만 2년 뒤인 2010년 10월 같은 집의 전세 계약서엔 최고 5억5000만원이 적혔다. 2년 만에 3억2000만원 뛰었다. 상승률은 239%에 달한다. 입주 때 세입자 중 상당수는 2배 넘게 오른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해 이삿짐을 싸야 했다. 다시 2년이 흐른 2012년 10월 이 아파트는 최고 5억6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그런데 저금리 여파로 지난해부터 전세금이 다시 치솟기 시작했다. 이달 같은 집 전세 가격은 최고 6억5700만원으로 치솟았다. 2년간 9700만원, 17.3% 올랐다. 월세가 없는 순수 전세매물은 전체 5500여가구 중 10개가 채 안되는 만큼 전세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통계적으로는 올해 인상률이 작년보다 낮았더라도 2년마다 전세 계약서를 새로 쓰는 세입자는 2년간의 누적 상승률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김씨는 연내에 6년간의 잠실 생활을 마감하기로 하고 이삿짐을 쌀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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