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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나의 독재자’ 우리의 독재자들을 위한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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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수령은 아버지 아니네?”

가장 가깝고, 또한 가장 먼 사이. 바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아닐까?

생각과는 달리 아버지와 아들에게는 미묘한 기류가 흐르기 마련이다. 극 중 설경구의 대사처럼 직업, 나이, 국적에 상관없이 서로에 대한 애틋함이 바탕에 깔려있지만, 그만큼 어색하고 불편함 마음 역시 공존하는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우리의 아버지가 한때 ‘독재자’였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 ‘나의 독재자’(감독 이해준)은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무명배우인 성근(설경구)이 회담 리허설을 위한 김일성 대역 오디션에 합격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김성근은 소극장에서 8년 간 잡일을 도맡아했던 무명 배우. 그는 “물렁한 성격을 가진 탓”에 번번이 배역을 빼앗겨왔다. 늘 “행인 1, 2, 3”을 도맡았던 그는 운 좋게 ‘리어왕’의 배역을 따냈지만 긴장한 탓에 대사를 잊어버리는 실수를 저지른다.

아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게 된 성근은 어렵사리 자신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얻는다. 바로 남북정상회담 리허설에서 김일성 대역을 맡게 된 것. 그는 허 교수(이병준)와 오계장(윤제문)의 지도 아래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김일성이 되고자 한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이 물거품이 된 탓에 성근은 무대를 끝마치지 못했고, 무대를 잃은 성근은 배역을 내려놓지 못한 채 20년의 세월을 보내게 된다.

아들 태식(박해일)은 여전히 스스로를 김일성이라 믿는 아버지 때문에 그를 멀리하지만, 빚 청산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옛집을 찾게 된다. 독재자 수령과 조용할 날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 태식은 그의 ‘후계자’가 되어 재산을 물려받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영화는 1막과 2막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나눌 수 있다. 김성근이 배역에 몰입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1막과, 배역에서 멀어지는 2막을 통해 아버지의 그늘을 목격하게 된다.

그것은 줄곧 등장하는 아버지 김성근의 뒷모습과도 관계가 있다. 무대 위 초라한 무명배우 성근의 뒷모습, 독재자 수령의 뒷모습과 텔레비전 앞에서 발톱을 깎는 늙은 아버지의 뒷모습까지. 점점 더 작아지고, 비루해지는 아버지의 뒷모습에서 관객들은 개인의 ‘독재자’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영화는 매끄러운 이야기, 배우들의 호연과 더불어 이해준 감독의 섬세한 손길을 통해 단단하고 묵직한 힘을 얻는다. 그 힘은 런닝타임 127분을 기복 없이 이끌며 관객들을 웃기고, 울린다.

거기에 설경구와 박해일의 연기는 영화의 결을 더욱 섬세하고 단단하게 만드는 요소. 단순한 특수 분장이 아닌 ‘세월’을 연기하는 설경구의 연기와 ‘청춘’ 박해일의 아들 연기는 부자(父子)라는 복잡하고도 미묘한 간격을 매력적으로 그려낸다.

특히 영화의 후반 부, 김성근이 아들 태식에게 선보이는 마지막 무대는 찡하면서 벅찬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관객들 역시 아버지에 그리움과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부분. 그는 독재자라는 이름을 가진 아버지, 즉 이 세상 모든 독재자들을 향한 응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30일 개봉.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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