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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선 사원증 착용마라? 기업 정체성에 대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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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카페

외부서 직원 신분 감추라는 건…사고때 회사 관련성 차단 '저의'
글로벌 기업선 로고 적극 권장…내부 결속· 외부 홍보 두토끼
기업의 진짜 경쟁력은 소비자가 인식하는 정체성 명심



최근 이해하기 힘든 뉴스가 있었다. 누구나 잘 알고 직장으로서도 선망하는 대기업이 직원들에게 회사 밖에서는 사원증을 빼고 다니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뉴스였다. 사옥 1층 출입문 위 커다란 전광판에 ‘OO타워 나가서는 ID카드 걸고 다니기 없기!’라는 문구로 재차 강조하고 있다고도 한다. 그런데 직원들에게 사원증을 빼고 다니라는 것은 이 회사만이 아니란다. 공식적인 회사 지침이 없는 다른 국내 최고 대기업의 관리자들도 직원들에게 같은 지시를 내린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부지불식간에 직원이 한 잘못된 행동이 자칫 회사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근본적인 이유란다. 금연을 강조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사원증을 달고 담배를 피운다거나 지나친 음주 후 볼썽사나운 주사를 부리는 등의 행동이 회사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거기에 회사 정보 유출을 예방한다는 보안 목적도 한몫한단다.

신중하게 내린 조치겠지만 의아한 생각이 든다. 글로벌 회사를 다녔던 경험에 비춰보면 이 조치는 황당하게 들린다. 글로벌 회사들은 직원들로 하여금 회사 로고를 적극 알리도록 하기 때문이다. 특히 로고가 새겨진 셔츠를 임직원들에게 입도록 권장한다. 새로 입사하면 맨 처음 지급하는 것에서 시작해, 교육, 여행, 이벤트, 심지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로고셔츠를 제공한다. 다양한 로고셔츠를 만들어 개인 취향에 따라 선택해 입을 수 있게도 한다. 조직문화적인 차원에서 로고셔츠를 매우 중요한 요소로 권장하는 것이다. 이런 권장에는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경영층이 솔선수범한다. 내부적인 결속의 의미이자 외부적인 홍보 도구로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일화가 ‘초일류 서비스 기업의 조건’에 소개됐다. 이야기의 주인공 기업인 컨테이너스토어는 수납 관련 용품을 판매하는 기업으로 포천지 선정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 상위에 오르는 회사다. 에이미 카로빌라노 컨테이너스토어 부사장은 댈러스 공항에서 휴스턴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한 여성이 항공사 직원들에게 안타까운 몸짓으로 무언가 부탁하는 것을 봤다. 직원들이 연거푸 고개를 가로젓는 것으로 미뤄 그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잠시 뒤 그 여성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카로빌라노 부사장 주위에도 족히 50명이 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들을 헤치고 그에게 다가오더니 휴스턴으로 가는 길인지 물었다. 그렇다고 하자 그 여성은 남편이 휴스턴에 갔는데 운전면허증이 든 지갑을 놓고 가는 바람에 차를 렌트하지 못하고 휴스턴 공항에 발이 묶여 있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승무원 중 누군가가 남편에게 지갑을 전해주길 부탁했으나 들어주지 않아서 그에게 전달을 부탁하는 것이었다.

카로빌라노는 기꺼이 그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하지만 궁금한 점이 하나 있었다. 왜 그 많은 사람 중에서 하필 나에게 부탁했을까. 여성이 대답하기를, 그가 컨테이너스토어의 로고셔츠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컨테이너스토어의 직원들은 대단히 친절하고 사람들을 잘 도와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기업의 경쟁력은 소비자가 인식하는 정체성이다. 소비자가 우리 기업을 어떤 정체성으로 인식하느냐가 경쟁을 가름한다. 그런데 그 정체성은 ‘우리 기업이 어떤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느냐’로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존재냐’로 대변된다. 이는 모든 직원의 행동거지에서 나온다. 모든 직원의 태도와 행동이 정체성이고 경쟁력인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로고셔츠를 입는 것은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우리 대기업들이 외부에서 직원 신분을 감추라고 하는 것은 사고가 발생하면 회사와의 관련성을 차단하거나 미봉하겠다는 저의가 아닐까. 이런 지시를 받는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자긍심은 어떨까.

혹시 ‘회사의 정체성은 소수의 경영층이 내린 결정으로 만든다’는 잘못된 생각이 이 조치의 근원은 아닐까.

박기찬 <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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