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브린욜 프슨, 앤드루 매카피 지음 / 정지훈, 류현정 옮김 / 틔움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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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일자리와 기량, 임금, 그리고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고민한 이 책에서 브린욜프슨 교수는 폭스콘의 기계도입과 같은 ‘고용 없는 성장’은 제품의 생산력을 높일지 모르지만 회사가 벌어들이는 돈이 노동자에게 가지 않고, 기계를 사서 운영하는 자본가에게 가게 되므로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에 더 큰 불평등을 불러오게 돼 빈부 격차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기계의 대체화는 폭스콘뿐 아니다. 기계에 의한 정보혁명은 자동현금입출금기, 무인판매점, 자동응답기 등을 대중화하면서 판매직 근로자의 일자리를 줄여왔다. 또한 정보혁명 이후 컴퓨팅 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면서, 이제 전문직 일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만약 인간이 ‘더 빨리, 더 많이’만을 고민한다면 기계에 대체당할 수밖에 없지만 ‘어떻게 하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 기계가 인간을 도와서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기술력, 새로운 제품, 새로운 방법론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예를 들어 우버 택시는 인간과 기계의 공존 개념에 좋은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운전자와 이용자를 연결해 주는 기술을 바탕으로 등장한 우버 택시는 운전자에게 과거 택시 기사들보다 더 많은 소득을 보장하고, 언제 일하고 어디서 일할지 더 나은 근무 환경을 제공했다. 또 다른 사례로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꼽았다. 이들은 첨단의 과학기술로 기계와 인간을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조직 구조,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 나아가 고용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저임금 노동자의 값싼 노동력에 의지해 약진하던 중국이나 인도의 저임금 노동력은 기계에 의해 쉽게 대체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커다란 위기를 맞이할 것은 뻔하다. 기술 발전에 대응해 기술력을 다룰 줄 아는 교육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렇다면 기계와의 경쟁 시대에 생존하게 될 직업은 무엇일까? 저자는 앞으로 현재 직업군의 절반은 사라지고 교수, 법률가, 의사, 회사원과 같은 화이트칼라 노동자도 필요 없을 거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현실은 기계와 공존이 아닌 경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인간과 기계의 공존 개념에 좋은 모델로 소개한 우버 택시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2009년 설립돼 운전자와 승객 알선 서비스로 정보통신망과 ‘공유 경제’ 아이디어를 접목해 이용자의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 우버 택시는 국내에서는 택시업계의 생계를 위협하는 불법행위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가용으로 승객을 태우고 대가를 받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라는 것이다.
‘소유하지 않고 공유한다’는 아이디어 하나로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플랫폼 비즈니스 에어비앤비(airbnb)도 마찬가지다. 집주인에게 여행자를 연결해 숙소를 중개해주는 에어비앤비는 2초마다 한 건씩 숙박예약이 이뤄지고 있을 정도로 전 세계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하지만 최근 주거공유의 불법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이에 대해 저자는 ‘지금 세계가 거대한 재구조화(Great Restructuring) 시대 초입에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말한다.
인간의 능력과 제도가 기술의 발전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드는 의문은 인간의 능력과 제도가 과연 18개월마다 처리속도가 두 배가 되는 ‘무어의 법칙’ 속도로 내달리는 기술 발전속도를 따라잡아 함께 경주(race)할 수 있을까이다.
김은섭 북칼럼니스트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좋은책 선정위원회 경제경영분과위원이다. 교보문고가 선정한 ‘북모닝 CEO’ 북멘토이며 기업 사보 등에 다양한 책 관련 칼럼을 연재 중이다. ‘책으로 만나는 세상’ 등 방송에서도 재미있는 책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책앞에서 머뭇거리는 당신에게(2012)>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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