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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치기式 기업교육은 하나마나…'열심히'가 아니라 '스마트' 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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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격 학습'이 가장 효과적
성과 창출하는 핵심스킬 집중
배운 내용은 워크숍 통해 실습
동료로부터 피드백도 받아야



누구나 한 번쯤은 시험 전날 밤에 몰아쳐서 공부를 해본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과연 벼락치기 공부로 성적이 오를까. 답은 ‘그렇다’이다. 물론 시험 영역을 제대로 예상했다는 전제하에. 당장의 성적 이야기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이 벼락치기는 성적을 떨어뜨린다. 벼락치기로 공부한 내용은 며칠 지나지 않아 기억에서 사라지고 벼락치기에 익숙해지면 평소에 공부를 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부에도 방법이 있다고 한다. 많은 시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간격을 두고 반복해서 공부하되 중간중간 기억을 되살리는 시험을 보는 것이다. 평가를 목적으로 하는 시험이 아니지만 학생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간격 학습(spaced learning)이라고 한다.

간격 학습은 왜 효과가 더 좋을까. 이는 우리 두뇌가 기억 속에서 힘들여 꺼내려고 노력한 정보일수록 더 잘 기억한다는 원리 때문이다. 기억창고 속에 저장된 정보는 시간이 흐르면 사라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주기적으로 그 정보를 꺼내는 과정이 반복되면 그 정보를 둘러싼 뇌세포의 연결이 강화된다. 마치 창고 속 물건에 여러 개의 커다란 손잡이가 달리면 꺼내기 쉬워지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니 네 시간 연속 강의를 자랑하는 학원에 자녀들을 보내는 것은 보기에는 그럴싸하지만 간격 학습이 없는 이상 실상 어리석은 선택에 불과하다.

기업 교육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있다. 이른바 ‘몰아서 한 방’을 추구하는 교육이다. 일부 기업들은 교육 시간이 늘어나면 무조건 좋은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직원들이 배운 내용을 소화하기도 전에 새로운 내용을 주입한다. 이는 마치 쇼핑을 마치고 나서 음식을 분류해 냉장고에 넣기도 전에 다시 쇼핑하러 나가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당연히 앞서 사온 음식은 부패하고 그로 인해 다음에 사온 음식까지 상하게 된다. 어설프게 공부를 하되 이를 실습하지 않으면 직원들은 교육에 내성이 생긴다. 그러면 앞서 배운 내용을 내 것으로 소화하지 못한 채 “그거 해봤어요.소용 없어요…”를 반복하게 된다.

우수한 기업 교육 사례에는 대체로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성과창출에 필요한 핵심적인 스킬에 집중한다. 둘째, 배운 내용을 워크숍 등으로 실습하도록 강제한다. 셋째, 동료나 교사로부터 개인적 피드백을 받아 지속적으로 이해 수준을 고도화한다. 정보기술(IT)을 이용한 최첨단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은 교육과정을 만드는 핵심은 되지 못한다. 동영상 강의 등이 지식 전달에는 유용하지만 스킬을 고도화하려면 동료와 어울려 실습하고 피드백을 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글로벌 기업 IBM은 1999년 신임관리자를 위해 베이직 블루(Basic Blue)란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는 IBM 최초의 블렌디드 러닝 프로그램이었다. 블렌디드란 말 그대로 온라인 교육, 오프라인 교육, 워크숍, 코칭, 피드백 등을 혼합한 교육 과정이라는 말이다.

1단계에서 직원들은 이러닝, 시뮬레이션, 실습과 피드백을 통해 핵심 스킬을 학습한다. 2단계에서는 관리자들이 모여 5일간의 실습형 워크숍을 통해 1단계에서 배운 내용을 연마한다. 3단계에서는 1단계와 비슷한 형태의 교육으로 돌아가 각자 현장에서 배운 내용을 적용하고 동료 관리자와 교류를 통해 이를 강화한다.

한국 기업이 이를 보면 실망스럽게 느낄지도 모른다. IT로 무장한 화려한 원격 교육 동영상과 시뮬레이션이 강조될 것 같은 IBM 교육이 의외로 사람 대 사람 사이의 실습과 피드백, 자기성찰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IBM의 베이직 블루는 효과적인 교육의 원칙에 충실했기에 성과를 보았다.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기존의 학교 수업 방식에 비해 3분의 1의 비용으로 5배 많은 정보를 학습할 수 있다. 비용 대비 효과가 15배나 증가한 것이다.

새로운 것, 화려한 것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하자. 벼락치기 공부처럼 교실에 갇힌 직원들에게 교육과정을 주입한다고 해서 직원들의 실력이 향상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주기적인 반복을 통해 직원들이 분명하게 배운 내용을 심화하도록 주의를 기울이자. 한 번에 하나씩 제대로.직원들의 실력은 그렇게 쌓여 가는 것이다.

김용성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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