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정동 기자 ] 국내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이 이달 들어 액면주식을 잇따라 무액면으로 전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차이나하오란은 기존 발행 주식 4000만주 전량을 무액면 주식으로 전환키로 했다. 전환율은 100%이며, 주당 자본금은 1309원이다.
앞서 건축용 외벽타일 제조업체인 완리 역시 지난 1일 기존 발행 주식 4869만6351주를 전량 무액면주식으로 전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기업의 무액면 전환은 주식액면가제도를 폐지한 홍콩 회사조례 개정 때문이다. 지난 3월 발효된 홍콩 회사법 신조례에 따라 홍콩 증시에서 액면가제도가 실질적으로 폐지돼서다.
2010년 국내 증시에 상장한 차이나하오란은 홍콩에 설립된 지주회사로 제지생산과 펄프사업을 하는 사업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업체다. 완리 역시 홍콩에 법인을 두고 있다.
이들뿐만 아니라 국내에 상장된 중국계 기업 중 홍콩에 법인을 두고 있는 웨이포트, 이스트아시아홀딩스, 에스앤씨엔진그룹 등도 무액면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나하오란 관계자는 "회사 조례 개정으로 인해 자동으로 무액면 전환되는 것"이라며 "전환과 변경 일정은 국내 관계기관과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무액면이란 한마디로 액면가가 없는 주식이다. 주권에 액면가는 기재돼 있지 않고 주식 수만 적혀 있게 된다. 무액면 주식에서 발행가는 통상 시가에 의해 정해지고 기업의 자본금은 발행가를 기준으로 같이 늘어나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액면가와 관계 없이 신주를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금조달이 용이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주식분할과 같은 투자단위 조절이 쉽다는 장점도 있다.
그동안 국내 상장기업들은 발행가액 결정과 자본 계상에 있어서 공정을 기하기가 어렵다는 단점 때문에 무액면 상장이나 전환을 채택하지 않아 왔다. 또 국내 상법에서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2년 4월 상법이 개정되면서 비로소 국내 증시에서 무액면 상장과 전환이 가능하게 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업들이 법 개정 이후에도 무액면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회계관리 차원에서는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투자 판단에서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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