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교수·기업 모두 승리하는 학교
'배움의 이유'를 알게 하는 것 시급해
강성모 < KAIST 총장 president@kaist.ac.kr >
대학에 입학하면 1년 중 8개월은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고 4개월은 기업에 취직해서 근무해야 하는 대학교가 있다. 강의실과 현장을 오가는 교육과정이 졸업할 때까지 반복된다. ‘코업(co-operative)’이라는 산학 협력 프로그램이다. 4개월씩 네 번의 현장 근무를 추가로 하다보니 졸업은 늦어진다. 하지만 대다수 학생은 주저 없이 코업에 참여한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 빌 게이츠가 “다른 어떤 대학보다 가장 많은 수의 신입사원을 선발해가는 대학”이라고 언급한 학교, 창업과 취업 모든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며 북쪽의 매사추세츠공대(MIT)란 별명을 얻은 캐나다 워털루대의 사례다. 블랙베리로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던 ‘리서치인모션(Research In Motion)’ 창업자 마이크 라자리디스의 모교이기도 하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왜?’의 가치다. 전공 서적에 나와 있는 수많은 이론을 왜 배워야 하는지,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를 현장 근무를 통해 체득하기 때문이다. ‘왜’의 가치를 아는 학생은 만족감과 성취도가 높다. 무작정 외우면서 ‘언젠가 쓸모가 있겠지’ ‘석·박사로 실험실에 가면 알 수 있겠지’ 하는 식으로 덮어놓고 배우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학생이 현장에서 느낀 ‘왜’는 교수에게도 자극이 된다. 안일한 강의로는 경험에서 나온 질문을 감당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은 워털루대에 피드백을 제공한다. 학생의 업무 이해능력을 평가하고 추가 교육이 필요한 강의를 제안하면 학교는 의견을 수용해 커리큘럼을 변경한다. 학생, 교수, 학교, 기업 모두가 득을 보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우리나라에 도입하면 어떻게 될까. 효율성에 반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학문의 전당인 대학을 직업교육학교로 전락시키면 안 된다는 반대 의견도 있을 것이다. 4개월 시한부 인턴을 달갑게 맞아줄 기업이 과연 있을지, 청년들의 절박함을 이용해 노동력을 착취하는 또 다른 수단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현실적인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이들의 성공 사례를 100% 베껴오는 것도, 당장에 시행하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반드시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왜?’다. 왜 배우는지 알고 배우게 하는 것. 이 당연한 명제가 지금 대한민국 교육이 당면한 가장 어려운 과제가 아닌가 한다.
강성모 < KAIST 총장 president@kaist.ac.kr >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