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 갈등 속 이경훈 위원장 리더십 돋보여
[ 강현우 기자 ] “통상임금 확대를 법원 판결에만 맡기지 않고 노사 합의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만 해도 큰 수확이다.”
현대차 노사가 지난 29일 도출해 낸 임금협상 잠정합의에 대해 엄교수 노조 정책기획실장은 30일 “지역경제를 고려해 최소한으로 파업을 하면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며 이렇게 자평했다.
119일 동안 여섯 번의 부분파업으로 9100억여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정도로 쉽지 않은 협상이었지만, 사측도 이번 합의에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현대차 관계자는 “통상임금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겠다는 사측의 진정성을 노조 집행부가 인정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사는 이번 임협에서 최대 이슈였던 통상임금 확대를 두고 한 발씩 물러서는 협상의 묘(妙)를 발휘했다는 것이 노사 안팎의 분석이다. 특히 ‘통상임금 확대 문제를 당장 매듭지어야 한다’는 노조 내부 강경 계파들을 회유하면서 사측으로부터 얻을 것은 얻어낸 이경훈 노조위원장의 전략이 빛났다는 평가다.
현대차 노사는 이전 집행부 시절인 2012년 ‘소송으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지 결정하자’고 합의했다. 이 소송 결과는 오는 11월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고정성·일률성·정기성을 갖춘 상여금은 통상임금’이라고 판결하자 노조 내 강경 계파들을 중심으로 ‘당장 통상임금을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 위원장과 집행부는 현장 분위기를 반영해 올해 임협의 중요 목표로 통상임금 확대를 내걸었다.
반면 사측은 임협에서 다른 문제들을 먼저 논의하고 통상임금은 기존 합의에 따라 법원 판단을 기다리자는 주장을 지속했다. 협상은 평행선을 달렸다.
통상임금 문제를 법원에만 미루는 것은 노사 양측에 큰 부담이었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면 근로자 1인당 연봉이 1000만원 이상 오르고 회사는 연간 수조원의 인건비 부담을 더 지게 되지만, 부정되면 관련 임금이 한 푼도 오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대차처럼 상여금 지급 규칙에 ‘월 15일 미만 근무자에게는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경우 고정성을 부정하는 하급심 판례가 최근 잇따라 나오면서 강경 계파들의 집행부에 대한 압박은 지속적으로 커져갔다.
결국 2009~2011년 집권 당시 3년 무파업을 이끌어냈던 이 위원장도 이번에는 파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다만 기존 합의가 있음에도 전면 파업 같은 초강수를 택하는 것은 노조 전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집행부는 하루 2~4시간의 부분파업으로 명분을 유지하는 전략을 택했다.
노조 내부 강경 계파들을 상대로는 강온(强溫) 양면 전략을 폈다. 협상이 거의 마무리되는 단계였던 지난 2일 강경 계파들이 반발 움직임을 보이자 협상 중단 선언이라는 강수를 두고 2주 넘게 조직 추스르기에 나선 것도 주효했다.
노조 관계자는 “당시 조건과 이번 잠정 합의안에 큰 차이가 없지만 당시 이 위원장이 협상 타결을 강행했다면 노·노 갈등이 확대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파업 기록은 깨졌지만, 이 위원장은 법원 판단에 따라 못 받을 수도 있고 받더라도 대법원까지 수년간 걸릴 수 있는 통상임금 확대 문제를 이번 임협을 통해 내년 3월 말까지 협상할 수 있는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다. 회사 측은 통상임금 문제를 양보하는 대신 작년보다 임금 인상 수위를 낮추면서 실적에 연동하는 임금 체계 기초를 마련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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