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스 펀드 자산 13% 유출…美 국채도 하락세 돌아서
"핌코 이사회가 사퇴 압박"
[ 뉴욕=이심기 기자 ]
‘채권왕’ 빌 그로스(사진)가 지난 26일 자신이 설립한 세계 최대 채권펀드운용사 핌코를 떠나기로 했다고 전격 발표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에 후폭풍이 불고 있다.
28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로스의 사퇴 당일 그가 운용하던 36억달러 규모 토털리턴ETF(상장지수펀드)의 거래량은 직전 3개월 평균 대비 23배 증가했다. 펀드에서 투자금 8190만달러가 유출되면서 올 들어 총 자산의 13%가 빠져나갔다. 발표 당일 상승세를 타고 있던 미 국채 가격도 투자자들이 핌코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과 함께 하락세로 돌아섰다. 토털리턴ETF는 보유 자산의 41%를 미 국채와 관련된 자산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그로스의 사퇴가 멕시코 페소화 등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투자금 회수가 펀드에서 투자한 채권과 연계된 페소화 관련 신용파생상품 시장에도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핌코 1대 주주인 독일 알리안츠 주가는 이날 6%가량 급락한 반면 그로스가 자리를 옮기기로 한 야누스캐피털 주가는 이날 하루에만 43% 급등하는 등 시장의 평가가 극도로 엇갈렸다. S&P캐피털IQ의 토드 로센블루스 펀드리서치 부문장은 “핌코와 빌 그로스는 동의어”라며 “얼마나 많은 자금이 유출되느냐가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번스타인리서치는 핌코 자금 중 최대 30%가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핌코는 즉각 시장 안정에 나섰다. 더글러스 호지 최고경영자(CEO)는 “그로스 사퇴에 대해 회사는 안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로스를 대신해 새로운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임명된 대니얼 이바스킨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신임한다”고 덧붙였다.
외신들은 그로스가 자발적이 아닌 회사 측의 압박에 의해 물러났다고 전했다. WSJ는 “그로스가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연설하는 등 변덕스럽고 기행적인 행동으로 경영진의 신뢰를 상실했으며 이사회가 그의 사퇴를 압박했다”고 전했다. 핌코의 수익률 저하와 이에 따른 투자자금 이탈도 사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지난달까지 그가 운용하는 토털리턴펀드에서 16개월 연속 자금이 순유출되며 총 700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그로스가 독단적인 투자 결정으로 회사 내 다른 매니저들과 갈등을 빚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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