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職域: 특정 직업 영역 >
공무원노조, 국회토론회 저지…첫 발도 못 떼
군인연금은 이미 고갈…40년째 세금 투입
與 "지금 개혁 못하면 미래세대 큰 부담"
[ 강경민 기자 ]
국회에서 한국연금학회 주최로 22일 열릴 예정이었던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공무원노조의 저지로 무산됐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첫 토론회가 무산되면서 3대 공적연금(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학연금) 개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공적연금 개혁이 무산될 경우 정부는 앞으로 매년 수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연금 손실 보전에 투입해야 한다.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크게 위협받는 상황인데도 공무원노조 등은 ‘연금 개혁 불가’를 외치며 ‘직역 이기주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2030년 한 해 적자만 20조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50여개 단체로 구성된 ‘공적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는 이날 오전 10시 토론회가 예정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로 몰려와 거세게 항의했다. 공무원노조 지도부와 노조원 200여명은 거친 야유와 욕설을 쏟아내며 토론회를 조직적으로 방해했다. 결국 토론회는 시작도 못한 채 무산됐다.
공무원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의 구조적 문제점은 낸 돈에 비해 많은 돈을 돌려받는다는 것이다. 대다수 국민이 가입한 국민연금은 낸 돈의 약 1.7배를 평생에 걸쳐 받는 반면 공무원연금은 2.3배를 받는다. 3차 연금개혁이 시행된 2010년 이전에 입사한 공무원의 경우 약 3.5배에 달한다. 고착화된 ‘저부담·고급여’ 구조 탓에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공적연금의 손실분을 정부가 세금으로 보전하면서 국가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공무원연금은 1993년 처음으로 적자를 낸 이후 2001년부터 정부가 매년 세금으로 손실분을 메워주고 있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까지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해 투입한 돈은 10조원이 넘는다. 올해에도 2조4854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1973년에 기금이 이미 고갈된 군인연금의 지난해 국고 보전금은 1조3691억원에 달한다. 사립학교 종사자들이 대상인 사학연금은 지금은 흑자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2021년께 적자를 낼 전망이다. 사학연금도 공무원·군인연금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손실을 메워주도록 관련법에 명시돼 있다.
2030년에 3대 공적연금에 투입해야 하는 정부 보전금은 20조7803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공무원연금이 12조4221억원으로 전체 공적연금 손실 규모 중 60%가 넘는다. 군인연금은 2조7814억원, 사학연금은 3조5768억원으로 추산된다. 군인연금 보전액은 2010년 이후 정부 보전금 연평균 증가율(CAGR)로 추산한 것으로, 이보다 더 불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인은 공무원에 비해 퇴역 시기가 빨라 연금을 받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2030년 한 해에만 국한된 정부 보전금이다. 내년부터 2030년까지의 누적 보전금은 공무원연금만 135조원에 달한다. 군인연금과 사학연금은 각각 32조원, 20조원의 누적적자가 예상된다. 결국 3대 공적연금 손실분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만 187조원에 달한다.
○꿈쩍 않는 ‘직역 이기주의’
정부와 새누리당은 3대 공적연금 제도가 현행처럼 계속 유지될 경우 정부 재정 건전성이 위협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여당은 공무원 집단의 반발을 무릅쓰고라도 공적연금 개혁을 강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여권에선 대선 및 총선 등의 선거가 치러지지 않는 올해와 내년 2년간이야말로 연금 개혁을 위한 적기라고 보고 있다. 권은희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연금의 안정성과 미래 국가재정을 위해 공무원연금 개혁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며 “지금 개혁하지 못하면 다음 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연금 전문가 단체인 한국연금학회는 새누리당의 의뢰를 받아 재직 공무원의 연금 부담금을 지금보다 43% 올리고, 수령액은 34% 삭감하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지난 21일 발표했다. 정부가 올초 마련한 개혁안보다 훨씬 강력한 것이다.
1995년 이후 공무원연금에 대한 세 차례 개혁 시도가 있었지만 공무원 집단의 반발로 번번이 실패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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