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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엔 환율만 왜 '100엔당' 계산?…환율 자릿수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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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 기자의 경제 블랙박스


[ 김유미 기자 ] ‘이날 원·엔 환율은 100엔당 957원97전으로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한국경제신문 9월19일자)

원·엔 환율이 세 자릿수에 진입한 지 한 달째. 미국 달러 강세, 일본의 추가 완화 가능성 등을 보면 ‘엔저’는 앞으로도 이슈가 될 전망이다. 가파른 엔화 약세는 수출기업에 악재, 일본 여행객에게 호재다. 외환시장 기사를 쓰는 기자에겐? 악재다.

원·엔 환율엔 낯선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100엔당’이란 단서다. 왜 손쉽게 ‘1엔당 9원57전’이라고 쓰지 않는 것일까. 생략되는 숫자가 아쉬우면 ‘엔당 9.5797원’이라고 쓰면 된다. 무엇보다 이 ‘100엔당’은 실수를 유발한다. ‘100엔당’을 빠뜨려 엔화 가치를 100배로 부풀린 기사가 가끔 나온다(한경은 아니다).

전문가들도 그 유래에 대해선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승헌 한국은행 외환시장팀장은 “원·달러 환율이 세 자리나 네 자릿수니까 비교하기 좋게 100엔당으로 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네이버에서 옛날 신문을 검색하면 1966년 4월에도 ‘일화 100圓(엔)에 대해 한화 73원’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1엔당으로는 0.73원이 돼 당시 원·달러 환율(271원)과 자릿수 격차가 커진다. 사실 100단위는 원·엔만 쓰는 게 아니다. 인도네시아는 100루피아, 베트남은 100동 단위로 원화값을 표시한다(서울외국환중개 고시 기준).

두 번째 의문. 원·달러는 1040원40전 식으로 10전 단위다. 그런데 원·엔은 ‘1전’ 단위까지 쓰는 이유는 뭘까. 강성경 한은 국제국 부국장은 ‘여섯 자리(소수점 포함)’ 관행을 소개했다. 숫자가 적으면 변화를 알기 어렵고, 많으면 거래가 번거롭다. 그 중간이 여섯 자리라는 설명이다.

숫자로 나타내면 달러당 1040.4원도, 100엔당 957.97원도 소수점 포함해서 여섯 자리다. 다만 원·엔 환율도 외환위기 이후 1000원을 많이 넘겼으니(일곱 자리가 된다) 관행일 뿐인 모양이다. 조성범 서울외국환중개 상무는 “요즘 전산이 발달해서 환율을 7~8자리까지 표시하는 은행도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환율 명칭의 문제다. 100엔당 957원97전(직접표기법)이라면, 가치의 척도인 엔(JPY)을 앞에 쓰는 게 국제 원칙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JPY(100)/KRW’=957.97 식으로 쓴다.

그런데 국내 신문들은 대부분 ‘원·엔’이라고 쓴다. 한국은행도 ‘원/엔’으로 표현한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과장은 “/를 나누기의 뜻으로 보면 틀린 것도 아니다”고 봤다. 굳이 ‘원’을 앞에 두는 이유는 뭘까. 한 외환딜러는 “한국 일본팀 경기를 ‘일한전’으로 누가 부르냐”며 수긍이 가는 답을 했다.

흔히들 부르는 ‘원·달러’ 환율도 국제 원칙으로는 ‘달러·원’이 맞다. 딜러들도 달러·원으로 부르는 데는 엄격한 편이다. 달러·원은 직거래 시장이 있어서 원칙이 중요하다. 반면 원·엔 환율은 직거래 시장이 없어서 원·달러, 엔·달러 시장의 가격을 참고해 계산한다. 시장이 없으니 종가도 없다.

원과 엔(100엔당)을 교환비율로 보면 10 대 1 정도다. 1970~1980년대 초까지는 4 대 1을 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 공무원이 당시 사무관으로 외환 업무를 맡았을 때다. 그때 상사가 “원·엔을 1 대 1로 만드는 걸 평생의 목표로 삼아보라”고 했단다. 선진국이 돼 원화를 엔화만큼 가치있게 만들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 가치는 10 대 1로 고공행진했고, 이는 오히려 국내 기업과 한국 경제에 큰 기회가 됐다. 다시 찾아온 엔저는 추세를 또 바꾸게 될까.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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