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연말까지 하락"
[ 김은정 기자 ]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IB)들은 “원유 시장은 당분간 수요보다 공급이 이끄는 시장이 될 것”이라며 서부텍사스원유(WTI)를 기준으로 한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1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 세계 40개 글로벌 IB 가운데 절반 이상인 21곳이 연말까지 유가 하락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와 노무라인터내셔널 등은 배럴당 90달러를 내다봤다. 현재 WTI 가격은 배럴당 92~93달러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공급 확대가 가장 큰 이유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8월 하루 원유 생산량을 40만8000배럴 줄였지만 리비아 나이지리아 쿠웨이트 등의 증산으로 8월 전체 생산량은 오히려 전월 대비 23만배럴 증가했다.
미국도 ‘셰일 혁명’에 힘입어 하루 원유 생산량을 최근 860만배럴 안팎까지 늘렸다. 1986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내년에는 4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하루 953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정학적 위험은 향후 유가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이라크에선 정부군과 수니파 반군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원유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남부지역 유전과 수출항 운영에 별문제가 없지만 이라크 내전이 실제 원유 생산에 영향을 미칠 경우 유가가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IS가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대한 테러를 감행할 경우 시장심리가 빠르게 반전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등은 이런 이유로 WTI 가격이 내년 초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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