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재선까지 퇴진 압박…'友軍' 강경파 등돌려 충격
'진보+중도' 정치실험 실패…일각 "정치력 없어 놀랐다"
[ 손성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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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사진)가 지난 8월4일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떠맡으면서 한 말이다. 그는 새정치연합이 ‘7·30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뒤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았다는 의미에서 ‘박다르크(박영선+잔다르크)’로 불리기도 했다. 그의 ‘독배’ 발언은 현실이 됐다.
박 위원장은 지난 14일 측근들에게 탈당까지 언급하면서 잠적했다. 그는 조만간 자신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40여일의 짧은 기간 동안 박 위원장은 가장 촉망받던 여성 정치인에서 제대로 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 채 당내 거센 퇴진 압박에 직면했다. 두 번의 세월호 특별법 협상 실패에 이어 비대위원장 ‘외부인사 영입 카드’는 결국 박 위원장의 리더십에 큰 상처를 안기는 악수(惡手)가 됐다.
무엇보다 ‘우군’ 역할을 한 강경파 의원들이 반기를 든 게 가장 큰 충격이었다. 그는 측근들에게 “초·재선 의원들까지 저렇게 물러가라고 하고, 아예 당을 떠나가라 하는 것 같고 나를 죽이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내가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섭섭함을 토로했다. 그가 탈당까지 언급한 것은 진정성을 담고 있다기보다는 고립무원 처지에 빠진 그의 심리적 충격 때문이라는 게 주변의 해석이다.
‘원조 강경파’ ‘저격수’로 불렸던 그는 비대위원장을 맡은 이후 계파 청산과 중도 보수를 아우르는 야권의 외연 확장 등을 기치로 내세웠다. 외연 확장을 통한 차기 대선 승리를 염두에 둔 전략이다. 그의 이런 전략은 친노무현계를 비롯한 강경파들의 반발을 부르는 요인이 됐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박 위원장은 사석에서 당내 계파 간 이해 갈등이 사사건건 충돌하는 것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경환(서울대)-이상돈(중앙대) 명예교수만큼 정당과 정치 개혁에 대한 식견과 소신을 갖고 있는 분이 없는데 그런 분들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새정치연합이 얼마나 폐쇄적이냐”며 “지도부 흔들기를 마치 부하직원 다루듯 하는 현재의 야당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도 정당 정치 개혁과 혁신을 할 수 없어 좌절감을 많이 느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을 지지했던 강경파 의원들은 그가 비대위원장을 맡은 뒤 180도 변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서는 소통 과정도 생략한 독선적 행태를 보였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는 당내에서 특정 계파로 분류하기 힘들다. 주주(계파 수장)가 아니어서 애초 당을 이끄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