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현철 기자 ] ◆ 닻올리는 ETN 시장
한국거래소(KRX)는 오는 11월7일 상장지수증권(ETN·Exchange Traded Note) 시장을 개설한다고 28일 발표했다. ETN은 원자재, 통화, 금리 등을 기초자산 삼아 만기에 이들 자산 성과(수익률)대로 수익을 지급하기로 약속한 증권이다.
- 8월29일 한국경제신문
☞ 증권시장에 새로운 상품이 선보인다. ‘ETN’(Exchange Traded Note·상장지수증권)이 그 주인공이다. ETN은 현재 증권시장에 상장돼 거래되고 있는 ‘ETF’(Exchange Traded Fund·상장지수펀드)라는 상품의 사촌격이다. ETN은 어떤 상품이고 ETF와는 어떻게 다를까?
ETN은 증권회사가 자기신용으로 발행하고, 투자 기간동안의 지수수익률을 보장하는 만기가 있는 파생결합증권이다. 반면 ETF는 자산운용사가 특정지수의 변동에 연동해 운용하는 펀드로 증권시장에 상장돼 거래가 가능한 펀드다.
ETN과 ETF의 공통점은 △기초자산(기초지수) 가격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는 점과 △증권시장에 상장돼 사고 팔린다는 것이다. 기초자산(underlying asset)은 파생상품에서 거래 대상이 되는 자산으로 파생상품의 가치를 산정하는 기초가 된다. 현재 증시에서 거래되고 있는 ETF의 기초자산은 코스피지수, 반도체 관련종목 주가지수, 자동차 관련종목 주가지수, 삼성그룹주 등 다양하다. 가령 ‘KODEX200’이라는 ETF는 유가증권시장 코스피200 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코스피200 지수가 5% 올랐다면 KODEX200 ETF도 대략 5% 뛰게 상품이 설계돼 있다.
ETN은 현재까지 국내에서 ETF로 출시되지 않은 주가지수나 상품지수 등이 기초자산이 된다. 한국거래소는 시장개설 초기 독일 증권거래소의 DAX지수, 미국 러셀2000 지수, A등급 회사채지수, 시가총액 상위 블루칩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N이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TN이나 ETF의 경우 증권시장에 상장돼 거래되는 까닭에 환금성과 유동성이 높은 게 장점이다. ETF는 일종의 펀드다. 펀드는 투자한 돈을 되찾는 데(환매)에는 일정 기한 이전에 찾으려면 비싼 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데 ETF는 찾고 싶을땐 증시에서 팔면 되기 때문에 이런 수수료 부담이 없다.
ETN과 ETF의 차이점은 우선 만기 여부를 꼽을 수 있다. ETF는 만기가 없는 반면 ETN은 만기가 있다. 대개 10~30년 정도다. 만약 ETN 투자자가 중도에 투자자금을 되찾으려면 증시에서 팔면 된다.
발행주체도 다르다. ETN은 증권사가 발행하는 반면 ETF는 자산운용사가 발행한다.
그래서 ETF는 고객이 맡긴 돈이 ETF를 굴리는 자산운용사가 아닌 수탁금융회사(보관회사)에서 별도로 관리되는 까닭에 자산운용사가 망해도 떼일 우려가 없는 데 비해 ETN은 발행 증권사가 부도가 나면 투자자금을 떼일 가능성이 있다.
수익률의 결정구조도 다르다. ETF는 자산운용사가 지수 수익률을 추적한 결과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지수가 올해 5% 올랐다고 해서 코스피200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KODEX200이나 KOSEF200 ETF의 수익률이 꼭 5%라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KODEX200이나 KOSEF200을 굴리는 자산운용사의 운용전략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ETN은 수익률이 거의 5%라고 보면 된다. ETN을 판매한 증권사가 기초자산(코스피200 지수)의 수익률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다만 투자자가 실제로 얻는 수익은 기초자산 수익률에서 미리 정한 수수료(보수) 등 제비용을 빼는 까닭에 기초자산 수익률보다 조금 낮다.
ETN은 2006년 미국이 가장 먼저 도입했다. 현재 독일, 일본에서도 활발히 거래 중이다. 지난 3월 기준 미국에 상장된 ETN의 총자산은 243억달러로 미국 ETF 순자산(1조7000억달러)의 1.42% 수준이다. ETN은 하지만 모든 증권사가 다 발행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증권사의 자체 신용을 기초로 판매되는 까닭에 증권사가 망하면 투자자들이 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할 수 있어서다. 증권거래소는 △자기자본 1조원 이상 △신용등급 AA- 이상 △영업용 순자본비율(NCR) 200% 이상인 우량 증권사만 ETN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ETN이 도입되면 투자자들로선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전망이다. 또 증권사들도 새로운 수익원을 마련할 수 있어 거래 감소로 침체된 증권시장에 한줄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개발은행은 '브릭스판 IMF' … 세계경제질서 재편 신호
◆ 신개발은행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브라질과 러시아 등 브릭스(BRICs)의 신개발은행 설립은 세계경제 질서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브라질 일간지 폴랴 데 상파울루가 16일 보도했다. 인도 경제학자 디파크 나야르는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브릭스가 개발은행을 설립하기로 한 것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는 세계경제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밝혔다.
- 8월 16일 연합뉴스
☞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힘이 커지면서 세계 금융시장에서도 지각변동이 진행되고 있다. 신개발은행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은 중국이 세계 금융권력에서도 미국과 맞서고 있는 단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신개발은행(NDB·New Development Bank)은 중국, 브라질,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 5개국이 지난 7월 브라질에서 가진 제6차 정상회의에서 브릭스 국가 및 기타 개발도상국들의 인프라 및 지속가능한 개발에 필요한 자금지원을 위해 설립하기로 결정한 국제 금융기구다. 2016년부터 활동을 시작하며 5개국이 각각 100억달러를 출자, 500억달러의 초기 자본금을 조성하게 된다. 본부는 상하이에 들어설 예정이다.
NDB와 위기대응기금의 설립은 세계 경제지도에 큰 변화를 초래할 전망이다. 미국의 발언권이 약화되고 중국의 발언권은 세질 것으로 보인다. NDB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 바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이다. IMF와 WB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브레턴우즈에서 열린 회의에서 만든 국제금융기구다. 미국은 이 IMF와 WB를 통해 전후 세계 경제질서를 유지해왔다. 따라서 NDB의 설립으로 IMF와 WB의 영향력이 줄어든다는 건 곧 미국의 입김이 약화된다는 뜻이다.
IMF는 세계 외환시장(환율)의 안정과 경제위기국에 대한 자금 지원 역할을 해왔다. WB는 개발도상국에 경제발전 노하우와 경제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 미국은 이 두 기구를 통해 자국의 이익을 보호해왔으며 미국식 가치관을 세계에 전파해왔다는 비판도 들어왔다. NDB와 위기대응기금이 가동되면 중국 등은 이를 통해 위기국에 자금을 지원하고 경제개발도 도우면서 자국의 이익을 챙기고 또 자신의 가치관도 세계에 심을 수 있게 된다.
NDB와 함께 주목되는 것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다. AIIB는 미국 일본이 이끌고 있는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이 창설을 주도하고 있는 국제금융기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10월 처음 제의했다. 아시아와 중동 국가들이 참여한다. 중국은 내년까지 AIIB 설립을 끝마친다는 계획이다.
AIIB에 대한민국이 참여할지는 이슈가 되고 있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국제금융 메카로 부상한 상하이의 ‘천지개벽’은 한국에 엄중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며 “더 늦기 전에 금융산업 등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