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CEO
평범한 가정주부서 세일즈 퀸으로…길을 만들며 전진한 中 '철의 여인'
비즈니스 용어 된'거리모델'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타협 거부
친오빠 물량 요청도 딱 잘라 거절
겨울에 에어컨 판 영업의 전설
남편 사별 후 생계위해 취직
영업사원 첫해 26억 넘는 실적
고난과 도전 없으면 성공 없다
판매 계약위해 선물 제공 금지
입사 11년 만에 CEO오른 원칙주의자
[ 김은정 기자 ]
둥밍주(董明珠) 거리전기 회장은 중국에서 ‘철의 여인’으로 불린다. 둥 회장만의 강인함과 추진력을 강조한 수식어다. 말단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11년 만에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그는 중국에서 세일즈맨의 성공 신화를 이룬 대표적인 인물이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그가 세계 최대 에어컨 생산업체 회장으로 올라서기까지 극복해야 했던 장애는 한둘이 아니었다. 그때마다 그는 원칙과 정면돌파를 고집하며 추진력 있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타협을 거부하는 둥 회장의 스타일을 가리켜 ‘거리 모델’이라 일컫는 비즈니스 용어가 생길 정도다. 중국 인민일보는 “길을 만들며 전진한 CEO”라고 둥 회장을 평가했다.
평범한 가정주부 출신 자수성가형 CEO
중국 안팎에서는 둥 회장이 이룬 경영 성과에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미국 포천지가 선정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재계 파워우먼 50’에 세 번이나 이름이 올랐으며, 2011년에는 여성 최초로 중국 비즈니스 리더상을 받았다. 작년에는 미국 포브스가 뽑은 ‘중국 상장사 CEO’ 3위를 거머쥐었다. 화려한 이력과 달리 그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둥 회장은 1954년 장쑤성 난징에서 태어났다. 1975년 난징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던 그의 삶이 달라진 건 1984년 남편이 두 살 된 아들과 자신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면서다.
둥 회장은 어쩔 수 없이 생계를 위해 직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삶의 터전이던 난징을 떠나 남쪽으로 이사를 결정했다. 1990년 거리전기의 전신인 하이리공장에 취직했다. 마케팅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던 데다 영업을 접한 적 역시 한 번도 없었지만 돈을 벌겠다는 일념으로 영업 일을 하게 됐다.
악착같은 도전정신과 목표의식을 지닌 그의 초기 성과는 놀라웠다. 1992년에만 약 1600만위안(약 26억6880만원)의 에어컨 판매실적을 올렸다. 처음 맡은 지역에서 영업사원으로 첫발을 내디딘 해였지만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실적을 거둔 것이었다. 당시 그가 올린 실적은 회사 전체 매출의 8분의 1에 달했다.
이후에도 그의 영업 기질은 빛을 발했다. 어떤 지역을 맡든 최고의 성과를 보여줬다. 난징에서 영업 활동을 펼치면서 겨울철에만 200만위안의 에어컨 주문 계약을 따낸 건 아직까지 ‘영업의 전설’로 내려오고 있다. 1년 동안 둥 회장이 난징 지역에서 올린 개인 영업판매 금액은 3650만위안에 육박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둥 회장은 경영개발부장으로 승진했다. 경영개발부장 자리에 오른 뒤에도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했다. 대리점에 전체 이윤의 일정 부분을 보조하는 방식을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둥 회장이 선보인 비성수기 이윤환급 제도와 지역 밀착형 판매회사라는 경영모델은 거리전기의 전체 판매량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경영개발부장으로서도 많은 기록을 경신한 끝에 2011년 사장으로 승진하고, 이듬해 회장 자리에 올랐다.
원칙과 뚝심의 경영철학
1991년 창립된 거리전기는 십 수년째 중국 에어컨 판매실적과 시장점유율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에어컨 전문업체로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생산 규모를 갖추고 있다. 중국 에어컨 업체 중에서는 유일한 글로벌 업체다. 2012년 매출이 1000억위안을 웃돈다. 전년 대비로는 20% 이상 급증했다. 세계 9개 국가에 생산기지가 있으며, 보유하고 있는 특허만 7000여개다.
둥 회장은 중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항상 ‘산업 일꾼으로서 역할’을 강조해왔다. 거리전기는 비즈니스가 아닌 진정한 산업 일꾼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영업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경영환경 변화와 장애에 굴하지 않고 최상의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어나가겠다는 그의 경영철학을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른바 ‘거리 모델’로 불리는 이런 경영철학은 사회 발전과 기업 발전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이상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둥 회장은 원리원칙을 고집하는 경영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편법을 사용해 일시적인 매출 증가를 노리기보다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으로 모든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다른 기업과 거래하는 과정에서도 항상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포브스는 “협력을 통해 장기적인 승리를 거머쥐는 게 둥 회장의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둥 회장은 실무자 시절부터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사안에 대해서는 타협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거리전기 경영자의 경영 실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구설에 오른 적도 있다. 그는 “일에서만큼은 고집스럽게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올바른 결과를 낳는다”고 강조했다.
“치열함이 성공의 발판”
둥 회장은 중국 안팎에서 뚝심 있는 원칙주의자로 불린다. 지인 영업이나 인맥 경영 등을 배척하고 철저하게 품질을 앞세운 영업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영업에 대한 전문 지식이 전혀 없던 그가 빠른 시간 안에 세일즈맨의 성공신화를 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중국 사회에서는 판매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선물을 주거나 밥·술을 제공하는 일이 흔했다. 그러나 거리전기에서는 이 같은 영업행위가 금지돼 있다. 철저하게 ‘투명 영업’을 고수하는 것이다. 오로지 제품의 품질과 서비스로만 승부하겠다는 일종의 자신감이다.
둥 회장부터 이런 원칙을 어긴 적이 없다. 그가 영업총괄부장이 됐을 때 실화가 좋은 사례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만큼 거리전기가 호황을 누릴 시기였다. 판매 대리점들이 제품을 공급받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둥 회장의 친오빠가 근무하던 한 판매 대리점에서 거리전기에 물량 공급을 요청했다. 거리전기는 어떤 판매 대리점에 제품을 공급하든 동일한 가격이 책정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어떤 판매 대리점에 제품을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권을 쥐고 있던 둥 회장은 “그럴 수 없다”고 단호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 “영업총괄부장이 혈연 때문에 업무의 공정성 원칙을 깨면 조직의 기강이 무너질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이 일로 둥 회장은 친오빠와 가족들에게 원망을 받았지만 이후에도 변함없이 업무 원칙을 지켰다.
둥 회장은 ‘제2의 둥밍주’를 꿈꾸는 많은 여성에게 “인생은 바둑과 같다”고 항상 강조한다. 끊임없이 경쟁하면서 새로운 전략을 궁리하는 치열함을 갖춰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둥 회장에 대해 “성공을 원하는 여성들은 전쟁터를 대하듯 영업하는 둥 회장의 원칙과 신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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