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대기업의 협력업체 쪽에서 노조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노사분규도 급증한다고 한다. 한경 보도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노사분규는 6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7건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노조 조직률이 낮은 하청업체를 집중 공략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청노조의 세(勢)확장 자체를 굳이 사시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열악한 여건의 중소 하청노조도 나라경제의 성장을 가로막지 않는 한 법적 권익을 찾아야 마땅할 것이다. 귀족노조, 강성노조라는 비판 속에 노동현장을 일방적으로 좌우해온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과도한 특권이나 무분별한 실력행사 관행을 돌아볼 때 더욱 그렇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원칙의 준용에서도 그렇다.
문제는 하청노조의 확장이 상급 노동단체의 외연확대와 궤를 같이 한다는 점이다. 서울 광화문에서 두 달 넘게 파업 중인 C&M과 티브로드의 하청노조도 민주노총 주도로 지난 3월에 설립됐다.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 하청노조도 그런 식으로 생겨났다. 금속노조 산하에만 최근 1년 반 새 5개의 하청노조가 생겼고 인원도 4000명에서 6000여명으로 늘었다. 올 들어 노사분규가 급증한 데는 이런 하청노조의 활동이 큰 몫을 차지했다. 더구나 올해 분규는 가을철까지 이어져 해당기업들이 떨고 있다. 봄철에 집중됐던 노사분규(春鬪)가 여름철로 이어져 하투(夏鬪)라고 불렀는데 이제는 추투(秋鬪)라고 해야 할 판이다. 하청노조가 하청업체를 대신해 대기업 본사(원청업체)와 바로 협상하겠다는 식의 요구도 문제다. 광화문의 파업농성이 그런 경우다. 하청 혹은 파견 근로자들이 원청업체로 바로 달려가는 것은 당사자 간 협상 및 책임 원칙에서도 벗어난다.
갓 출범한 하청노조들이 막강한 힘을 휘둘러온 대기업 정규 노조의 구태를 답습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본다면 기존 대기업 노조의 권한과 기득권이 지나치다는 사실에 문제의 뿌리가 있다. 기득권 노조의 특권을 서둘러 해체함으로써 노동조합 운동을 정상 상태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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