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설 기자 ] 내비게이션이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이가 걱정하면서 구매를 꺼렸다. 이제 길 찾는 능력까지 떨어지는 것 아닐까. 그런데 당시 미래학포럼에선 전혀 다른 예측이 나왔다. “사람들은 내비게이션 덕분에 모험을 시작할 것이다.” 운전을 하다가 모르는 길로 들어서는 걸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이란 전망이었다.
현대자동차가 무인자동차를 2016년에 선보이고 2020년께는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내놨다. GM은 2016년 무인차 상용화계획을 며칠 전 발표했고 구글은 2012년에 이미 시험주행에 성공했다. 내비게이션에 비하면 무인자동차는 거대한 변화다. 우선 차 안을 보자. 좌석을 지금처럼 앞만 보고 앉아있게 배치할 필요가 없다. 영상물 시청이 가능해진 만큼 천장이나 선루프 자리에 모니터가 들어갈 수도 있다. 대신 고급오디오나 대형 스크린이 차 안에 자리잡는다. 자동차는 운전이 아니라 이동하면서 즐기는 공간으로 변하게 된다.
무엇보다 자동차를 살 이유가 줄어든다. 제러미 리프킨 말대로 ‘소유의 종말’이다. 필요한 시간에 일정 시간만 타면 되는데 굳이 운전도 하지 않을 거면서 소유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부의 상징’도 옛말이 된다. 운전대를 잡고 다른 운전사와 눈이 마주칠 때라야만 ‘폼’도 잡을 수 있다. 범용상품으로 추락하고 사고도 잘 안 나게 되면 세계 자동차 시장은 경쟁양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산업적으로도 격변이 일 것이다. 무인자동차는 커다란 스마트폰이나 마찬가지다. 통신이 더 중요해지고 그 안에서 이용할 서비스에 사람들은 더 민감해진다. 자동차 산업이 ‘메커트로닉스’가 아니라 ‘일렉트로닉스’가 된다는 얘기다. 무인차 사고는 누구의 잘못인가. 자동차 제조사의 책임인가. 그렇다면 자동차보험은 사라지고 제조물책임(PL) 문제가 남는다. 미래학자인 토머스 프레이(미 다빈치연구소장)는 무인차 시대에 사라질 일자리로 택시 및 버스 운전사, 교통경찰 등을 꼽았다. 또 교통사고가 급격히 줄면서 외과의사, 간호사도 줄어들 것으로 보았다. 대신 무인택배 등의 서비스가 급부상할 것이다.
문제는 법률과 관행이 시차를 두고 변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관련 법은 사고에 대비해 운전자가 운전석에 앉아 대기해야 운행을 허용하는 것으로 모아지고 있다고 한다. 운전자가 지켜보는 기계운전이 되는 셈이고 무인차의 매력은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굳이 무인차를 살 이유도 줄어든다. 무인차는 아직은 빈칸인 시나리오가 많다는 얘기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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