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가족여행지 5選
[ 최병일 기자 ] 어느덧 여름은 서늘한 그림자를 남기고 긴 여행을 떠났다. 이제 향긋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다. 가을이 오면 짧은 시간이라도 가족과 함께 소풍 같은 여행을 떠나보자. 생태체험지나 미술관으로 떠나는 학습여행도 좋고, 역사와 문화의 향기가 흐르는 유서 깊은 유적지에서 선조들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도 행복할 것이다. 2박3일 동화 같은 가을 여행지를 소개한다.
온 가족이 떠나는 영화 같은 여행, 부산
부산은 영화의 도시다. 곳곳에 촬영 명소가 있으며, 영화 관련 시설도 많다. 영화 ‘변호인’ 촬영지로 알려진 흰여울문화마을은 해안 절벽에 형성된 정겨운 마을 풍경과 남항대교가 보이는 바다 전망이 사람들 발걸음을 이끈다. 부산데파트는 영화 ‘도둑들’ 촬영지로, 부근에 비프(BIFF·부산국제영화제)광장이 있다. 이기대도시자연공원도 단골 촬영지. 영화 ‘해운대’ ‘박수건달’ ‘깡철이’에 등장했다. 이기대해안산책로를 따라가면 오륙도 스카이워크까지 다녀올 수 있다.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는 매주 금요일 오후 2~5시 스튜디오를 소개하고 영화 세트장을 관람하는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해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리는 영화의전당에서는 다양한 영화와 공연을 감상할 수 있으며, 밤이면 빅루프에서 황홀한 빛의 쇼가 펼쳐진다. (051)888-4302
보고 듣고 배우고 체험하는 미술관 여행
아이들에게 미술관 여행은 놀이인 동시에 교육이다. 아이들은 어떤 작품이든 마음대로 구경하고 생각하며 스스로 학습한다. 미술관 여행에서 첫손에 꼽는 곳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02-2188-6000)이다. 건축, 디자인, 공예, 사진 등 다양한 시각예술을 모두 만날 수 있다. 너른 옥외조각장과 산책로, 울창한 숲은 나들이 장소로도 제격이다.
호암미술관(031-320-1801)은 고미술품을 통해 우리 조상의 뛰어난 미적 감각과 예술적 재능을 알아보는 학습의 장이다. 작품 하나하나가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작품이라 역사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야외 정원인 희원에서는 차경(借景·주위 풍경을 정원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의 원리를 바탕으로 자연에 순응하는 한국 전통 정원의 멋을 만끽할 수 있다.
백남준아트센터(031-201-8500)에서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보고, 아모레퍼시픽미술관(031-280-5535)에서 과거와 현재의 생활용품을 비교할 수 있다. 영은미술관(031-761-0137)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배우고 만들면서 미술과 친해지는 기회를 제공한다.
생태 천국, 창원주남저수지&우포늪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와 창녕 우포늪은 낙동강 물줄기와 이어진 생태 천국이다. 두 ‘생태 박물관’은 새들의 단아한 날갯짓과 물에 기대 사는 수생생물의 고요한 하모니가 탐스러운 곳. 주남저수지와 우포늪은 차량으로 한 시간 남짓 거리에 나란히 있다. 주남저수지는 우포늪과 낙동강 하구 철새 도래지를 연결하는 의미도 크며, 9월이면 기러기류 선발대가 저수지를 찾아들기 시작한다. 주남저수지는 주남, 동판, 산남으로 나뉘는데 동판저수지의 풍취가 가장 은밀하다. 우포늪은 국내 최대 규모 자연 습지로, 람사르협약에 등록돼 보호받고 있다. 우포 북쪽의 소목마을 일대는 아침 풍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우포늪 생명길과 연결된다. 우포늪은 ‘2014년 한국 관광의 별’ 생태관광 부문 별로 선정됐다. (055)530-1534
싱그러운 계곡, 경북 영양·봉화
언제나 돌아가 안기고 싶은 고향 같은 마을, 영양 윗대티에서 하루를 보낸다.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돌담과 고목이 마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마을을 둘러싼 아름다운 숲길을 소풍 가듯 걷는다. 황토구들방은 엄마 품 같다. 시냇가에서 돌탑을 쌓고 가재를 잡는 마을체험교실과 힐링 도시락 만들기를 비롯한 요리 교실은 아이들에게 재미를 선물한다.
봉화 구마계곡(고선계곡)은 싱그러운 계곡의 품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 10㎞가량 이어지는 계곡이 아름다운 마방에서 큰터민박 부근까지 6㎞ 구간을 걷는다. 계곡물에 발 담그고 자연을 만끽하는 낮은 재미있고, 계곡물 소리 들으며 잠드는 밤은 낭만적이다. 봉화 분천역에서 태백 철암역까지 운행하는 백두대간협곡열차(V-트레인)를 타고 양원역, 승부역 등 오지 마을 간이역과 깊은 산골 계곡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대티골 사무국 (054)682-7903 레츠코레일 1544-7788
역사와 문화의 향기, 충주 탄금대
신라시대 악성 우륵이 가야금을 탔다는 탄금대는 남한강과 달천이 만나는 지점이다. 여기에 배수진을 치고 왜군과 맞서 싸웠으나 결국 패한 신립 장군의 혼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탄금대에서 가을바람을 느끼고, 문화 충전을 위해 충주문학관을 찾는다. “자주 꽃 핀 건 / 자주 감자 / 파 보나 마나 / 자주 감자~”라고 노래한 동시 ‘감자꽃’의 권태응 시인을 비롯해 박재륜, 이상화, 신경림, 권오순 등 충주 출신 문인들을 만날 수 있다.
창동리 마애여래상, 탑평리 칠층석탑이 있는 중앙탑사적공원, 보각국사탑과 탑비 같은 보물이 남아 있는 청룡사지, 철조여래좌상을 모신 백운암, 충주호를 끼고 걷는 아름다운 종댕이길까지 조용히 사색하기 좋다. 피톤치드 가득한 수레의산자연휴양림과 설성공원, 감곡성당 등 음성 역시 휴식이 어울리는 여행지다. (043)871-3062
최병일 여행·레저 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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