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께 '후강퉁' 시행
홍콩 통해 상하이A株 매수…외국인 개인투자자도 직접 거래
QFⅡ·RQFⅡ 이어 세 번째 개방
외국인 지분율 4.2%까지 늘어
50조 추가 유입돼 상승장 기대…홍콩 상장된 텐센트 등 수혜
"中 자본시장 개방 속도 빨라질 것"
[ 베이징=김동윤 기자 ] 최근 몇 년간 중국 상하이주식시장은 세계 주요국 증시 중 가장 부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0월 6000선을 넘어섰던 상하이종합지수는 이후 약 7년간 장기 하강곡선을 그렸다. 한때는 2000선 밑으로 내려앉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7월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최근 두 달간 상하이종합지수는 8.24% 올랐다. 지수가 들썩이는 가장 큰 이유는 10월 중에 홍콩증권거래소와 상하이증권거래소 간 교차매매를 허용하는 후강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이 공격적으로 ‘바이 차이나(Buy China)’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전문가들도 그동안 더디게 진행돼온 중국 자본시장 개방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개인투자자, 상하이A주 투자
후강퉁은 홍콩증시와 상하이증시 투자자들이 서로 상대쪽 상장 주식을 살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을 말한다. 홍콩증시는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지만 상하이증시는 다르다. 외국 기관투자가들이 상하이 A주에 투자하려면 중국 정부로부터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QFⅡ), 위안화를 보유한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RQFⅡ) 자격을 받아야 한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들 자격을 받은 기관투자가들이 만든 펀드 등을 통해 간접 투자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후강퉁이 시행되면 외국 기관과 개인 모두 직접 상하이증시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후강퉁이 시행된다고 외국인들이 상하이A주에 무제한 투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규모의 외부 자금이 유입돼 상하이증시에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정부는 후강퉁의 외국인 투자 한도를 하루 최대 130억위안(약 2조1450억원), 누적 총금액 3000억위안(약 49조5000억원)으로 정했다. 이는 지난 3월 말 현재 QFⅡ와 RQFⅡ 투자금 5380억위안의 약 5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들 자금이 들어오면 현재 2.8%에 불과한 상하이증시의 외국인 지분율은 4.2%까지 상승하게 돼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
가장 먼저 홍콩증시와 상하이증시에 동시 상장된 종목 중 상하이증시 주가가 낮게 형성된 종목들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 상장 종목들은 대부분 홍콩증시에 비해 상하이증시의 주가가 낮게 형성된 경우가 많은데, 두 증시가 연계될 경우 두 시장의 주가는 같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후강퉁 시행으로 홍콩증시 역시 강한 상승 흐름을 탈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 투자자들은 홍콩증시에 상장된 종목에 대한 투자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후강퉁이 시행되면 본토에는 상장하지 않고 홍콩증시에만 상장된 중국 우량기업들이 집중적인 매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인터넷업체인 텐센트, 전자업체인 레노버, 식품업체인 캉스푸, 태양광업체인 GCL폴리에너지 등이 대표적이다.
○자본시장 개방 속도 빨라진다
중국은 1990년 상하이증시 개장 이후 단계적으로 증시를 외국인에게 개방해 왔다. 첫 개방은 2003년 7월 도입한 ‘QFⅡ’ 다.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은 외국 기관투자가들이 달러화를 들고 중국에 들어가 상하이A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제도다. 2007년 도입한 ‘RQFⅡ’는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위안화를 들고 중국에 들어가 중국 증시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후강퉁은 기관과 개인이 특별한 조건 없이도 홍콩거래소를 통하기만 하면 중국 A주시장에 직접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증시 개방 조치보다 진전된 것으로 평가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후강퉁을 시행키로 한 것은 크게 두 가지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우선 중국 정부는 은행에 편중된 기업들의 자금 조달 경로를 자본시장으로 분산하기를 원하고 있다. 또 현재 추진 중인 국유기업 개혁을 위해 정부는 보유 중인 국유기업 지분을 증시에서 매각해야 한다.
이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려면 증시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후강퉁을 통해 외국인 자금을 중국 증시로 끌어들이겠다는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4월 제도 시행 발표 이후 차근 차근 준비작업을 진행해 왔다. 후강퉁에 참여할 15개 증권사를 이미 승인했고 제도 시행에 필요한 세칙도 곧 공포될 예정이다.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지난 8월부터 상하이·홍콩증시 연계에 필요한 전산시스템 시범 운용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후강퉁이 성공적으로 시행되면 외국인 투자한도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선전증시와 홍콩증시 간의 교차매매를 허용하는 ‘선강퉁’도 시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자본시장 개방도 속도를 내게 되는 셈이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후강퉁은 초기에는 홍콩과 상하이증시 간의 가격 괴리를 좁히는 계기로 작동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외국인 개인 투자 활성화 등을 통해 중국 증시의 개방 속도를 높여가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후강퉁’ 시행, 뭐가 달라지나
펀드 가입 않고도 中 직접투자 가능
국내 개인투자자와 증권사 입장에서 ‘후강퉁’은 새로운 기회다. 후강퉁이 10월 중 시행되면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상하이A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있다. 국내 증권사를 통해 주문을 내고 국내 증권사는 다시 홍콩의 제휴 증권사와 연계해 주문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매매가 진행된다. 지금까지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상하이A주식에 투자하려면 국내외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에 가입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개인투자자들의 중국 A주 투자가 본격화되면 수년째 실적 부진에 시달려온 국내 증권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수익원이 하나 생기게 되는 셈이다. 그래서 국내 주요 대형 증권사들도 후강퉁 시행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오는 3일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개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후강퉁 투자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그러나 국내 주식시장 측면에서 보면 후강퉁 시행은 단기적으로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증시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기회가 확대되면 그만큼 한국 증시로부터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당장 관심은 내년 6월 상하이A주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이머징마켓 지수에 편입되느냐 여부다. MSCI는 세계 기관투자가들이 자산을 배분할 때 참고하는 핵심 벤치마크 지수 중 하나다. MSCI 측은 지난해 중국을 이머징마켓 지수 편입 잠재 후보군으로 분류한 뒤 올해 지수 편입 여부를 심사했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시장 접근이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보류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대안상품부 이사는 “후강퉁이 시행되면 상하이A주가 MSCI 이머징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그렇게 되면 MSCI 이머징 지수 내에서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후강퉁
상하이 증권거래소와 홍콩 증권거래소 간의 교차 매매를 허용하는 정책이다. 상하이를 뜻하는 ‘후’와 홍콩을 뜻하는 ‘강(港)’을 조합해 만든 용어다. 후강퉁이 시작되면 외국인들이 특별한 자격 없이도 홍콩거래소를 통해 상하이A주를 살 수 있다. 중국 본토 개인투자자들도 홍콩 증시 상장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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