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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단식 끝낸 문재인의 정치적 득(得)과 실(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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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태 정치부 기자,국회반장) 문재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28일 10일간의 단식을 중단했다. 46일만에 단식을 끝낸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문의원 단식의 ‘시작과 끝'의 명분을 제공한 것이다. 문 의원은 “김영오씨의 생명이 걱정돼, 단식을 말리려고 시작한 만큼 이제 저도 단식을 중단한다"고 말했다.

그의 단식은 정치권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왔다. 문 의원이 누구인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유권자의 절반에 조금 못미치는 1400만표의 지지표를 얻었고, 현재도 여야를 통털어 최고 유력대선주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가 ‘유민아빠' 옆에서 단식에 들어가는 순간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키는 한편 선거참패 등으로 지도부가 해체된 제1야당의 권력지형을 흔들어 놓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국민혁신공감위원장)이 주도한 세월호특별법 관련 여야 합의안이 잇따라 파기되고, 장외강경투쟁으로 흐름이 바뀐 것 등은 어느 순간 문 의원 단식과 선후(先後)를 지목할 수 없도록 얼키고 설켜 버렸다.

문 의원은 자신의 단식이 김영오씨의 단식투쟁과 오버랩돼 정치적으로 확대해석되는 것을 곤혹스러워 했다. 단식 9일째를 맞은 27일 그의 단식에 대한 다양한 평가에 대한 소견을 묻자 “정치하기 싫어진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측근을 말을 종합해면 그의 단식의 시작은 정치적 의도보다는 ‘유민아빠'에 대한 인간적 연민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

한 측근이 문 의원의 친구인 연출가 이윤택씨의 입을 빌어 ‘고등학생 문재인’의 인간미를 엿볼 수 있는 일화를 들려준 적이 있다.

문 의원이 경남고 1학년때 소풍을 갔을 때다. 산길을 걷는 중 다리가 아파 뒤쳐진 친구를 발견한 문 의원이 부축하게 되면서 일행에 뒤쳐지게 됐다고 한다. 아픈 친구가 “더 이상 못가겠다.너라도 먼저 가 소풍을 즐기고 오라"며 등을 떠밀었다.

아픈 친구를 위해 함께 소풍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라도 소풍을 다녀와서 아픈 친구에게 소풍 얘기를 들려줄 것인가? 잠시 고민하던 문 의원은 친구를 들쳐 업고 걷기 시작했다. 짧지 않은 산길을 쉬다가 걷다가, 도시락을 함께 까먹고 목적지에 도착할 때는 소풍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내려올 때는 감동한 50명 반 친구들이 교대로 아픈 친구를 업고 내려왔다고 한다.

유민아빠의 단식중단을 설득하러 갔다가 동조단식에 나서고, 단식 40일째를 맞아 쓰러진 그를 병원으로 실려보낸 후 그 자리에서 단식을 이어가는 행동 패턴에서 경남고 1년생 문재인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문제는 ‘정치인 문재인’이 더 이상 마음가는 대로 행동할 수 있는 ‘자연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의 단식을 놓고 정치권의 힐난이 쏟아진 이유다.

‘문재인 저격수’를 자처하고 있는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장문의 성명서를 통해 “문 의원이 비워야 할 것은 뱃속이 아니라 정략적 계산으로 가득한 머릿속이고. 채워야 할 것은 지난 대선에서 48%의 표를 얻은 대선후보다운 진중함”이라고 거세게 공격했다.

같은 당의 조경태 김영환 의원 등도 “문 의원 단식으로 당이 장외 강경투쟁을 한다고 비쳐졌으며, 비대위원장인 박영선 원내대표의 리더십에도 생채기를 냈다”고 마뜩찮아 했다.

문 의원의 단식에 대해 다양한 정치적 해석이 나온다. 그렇다면 10일간의 단식을 통해 문 의원이 얻은 정치적 득실을 따져본다면.

대선 후보출신이 국회에서 해결하지 않고 광화문 광장에 나가 가장 극단적인 투쟁방식인 단식을 택했다는 점에서 두고 두고 ‘입방아’에 오르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선거참패 후 지도부 교체 등으로 어수선한 당의 계파갈등 등 내홍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난을 사게 된 것도 그의 당내 입지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번 단식으로 야권의 영향력 있는 차기 대권주자로서 확실한 입지를 굳혔다는 게 여론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우유부단해 보였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선명성 행보를 통해 오랫만에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지지층을 결집시킨 것이 문 의원에게 가장 큰 소득이다.

조국 서울법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의 이번 단식은 ‘유약하다' ‘무르다' 등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던질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단식의 ‘시작과 끝’의 명분과 모양새도 나쁘지 않다는 게 측근들의 자체 평가다. 문 의원 측근들이 가장 고민한 것이 단식을 끝낼 수 있는 ‘출구’를 찾는 것이었다. 측근 중 한 명은 “동조단식에 나섰지만, 며칠 전만 해도 단식을 중단할 출구가 도저히 안보였다"며 “유민아빠가 단식을 강행하거나, 최악의 경우 불상사가 생겼으면 어쩔 뻔 했냐"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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