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성모병원 심장혈관센터
최첨단 하이브리드 수술실 운영
고령환자 응급수술에 큰 효과
[ 이준혁 기자 ]
중풍·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던 권모씨(65)는 다니던 병원에서 탈장 수술을 받으려고 컴퓨터단층촬영(CT)검사를 받던 중 우연히 흉부대동맥과 하행대동맥에서 8㎝ 직경의 대동맥류를 발견했다. 인천 국제성모병원 심장혈관센터로 옮겨 관상동맥조영술을 받았는데 관상동맥협착증까지 진단됐다. 권씨는 수술을 받으려면 최대 40㎝까지 개흉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국제성모병원 심장혈관센터의 하이브리드 수술 덕분에 흉부를 5㎝ 미만으로 절개하고 무사히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진단과 시술이 한 번에 이뤄지는 ‘하이브리드 수술’이 최근 국내 의료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각광을 받고 있다.
대동맥류 수술, 허벅지 5㎝ 열고 ‘끝~’
심장질환은 1995년 370만명에서 2013년 520만명으로 18년 새 150만명 늘었다. 심장질환 중 대동맥질환은 특히 위험하다. 긴 원형의 관인 대동맥 일부분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되는 것을 대동맥류라고 하는데, 대동맥류가 파열되면 일시적으로 많은 양의 혈액이 흘러나와 쇼크 상태에 빠지면서 사망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복부대동맥은 심장에서 뻗어나와 배에 위치한 가장 큰 동맥이다. 복부대동맥류는 대동맥 벽이 동맥경화증으로 약해져 동맥 직경이 정상보다 50% 이상 늘어나는 병이다. 여성보다 남성 환자가 많다.
대동맥류가 생기면 주변 기관을 누르기 때문에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데, 목소리를 내는 신경이나 식도가 눌려 쉰 목소리가 나오거나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워진다. 일단 이런 증상이 생긴 지 2년 정도 지나면 대동맥류가 파열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성모병원 심장혈관센터는 ‘스텐트 그라프트’로 대동맥류를 치료한다. 스텐트 그라프트는 확장된 대동맥이 주변 기관을 누르지 않도록 금속 그물망을 씌운 인공 혈관을 삽입하는 시술이다. 전신 마취나 복부 절개가 필요 없고, 허벅지를 4~5㎝ 정도 째면 된다. 시술 시간도 1시간30분 정도로 기존 수술보다 짧고, 시술 2~3일 후 퇴원할 수 있다. 출혈·하반신마비·폐렴 등 수술에 따른 전신 합병증도 피할 수 있다. 특히 이 병원에서는 혈관질환센터팀이 따로 구성돼 대동맥질환 치료를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매주 콘퍼런스를 열어 환자 상태를 논의한다. 센터장인 윤치순 교수(흉부외과)를 비롯해 강두영 교수(흉부외과)와 김명곤·이승률·박재호 교수(심장내과) 등으로 이뤄진 심장혈관센터팀은 인천지역 내에서 유일하게 하이브리드 수술을 집도하면서 스텐트 그라프트를 실시한다.
‘진단·수술 동시에’ 하이브리드 각광
국제성모병원이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수술실은 권씨의 복부대동맥류처럼 심장·뇌 혈관에 발생한 응급질환 치료에 최적화된 곳이다. 예컨대 복부대동맥류, 흉부대동맥류, 뇌동맥류, 뇌출혈, 뇌졸중 등 뇌·심장혈관에 발생하는 응급질환의 내·외과적인 수술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첨단 수술실인 셈이다. 윤 센터장은 “혈관조영장비(angiography) 등 최신 영상진단장비를 이용해 중재시술(혈관을 따라 스텐트 같은 치료 기구를 넣고 진행하는 내과적 치료법)과 외과적 수술을 모두 진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윤 센터장은 “하이브리드 수술실은 정밀한 진단과 정확한 시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환자의 회복시간이 단축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의료 선진국에서도 하이브리드 수술실 도입을 늘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정밀검사 가능한 바이플랜 방식 도입
국제성모병원처럼 환자의 검사와 치료 시 이점을 높인 ‘바이플랜(biplane)’ 방식의 하이브리드 수술실은 현재 전국에 6곳뿐이다.
바이플랜 방식은 하이브리드 수술실에서 환자의 진단을 효율적으로 진행해 환자가 편안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수술실에서 검사를 위해 X선 촬영을 할 때, 인체를 투과한 X선을 받아 영상을 보여주는 검출기가 두 개 있어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바이플랜 방식으로 뇌 혈관을 촬영하면 머리를 앞뒤, 좌우 두 방향으로 동시에 촬영할 수 있어 한 번의 검사로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다양한 혈관 응급수술에 효과
하이브리드 수술실은 다양한 응급 혈관수술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게 최적화된 시설이다. 예를 들어 심장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진 60대 남성 환자가 있다. 이 환자는 왼쪽 다리의 혈관도 막히고, 오른쪽 장골동맥(복부 대동맥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골반 내에 위치한 큰 동맥)까지 많이 좁아져 있다. 또 영상촬영 결과 심장 혈관의 협착이 의심된다. 혈관이 점차 좁아지는 동맥경화증을 오랫동안 앓은 탓이다.
강두영 국제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과거에는 심장혈관, 다리동맥, 복부동맥 조영술 및 스텐트 삽입술과 막힌 다리 혈관을 건강한 혈관으로 이어주는 우회 수술을 각각 다른 날에 진행했다”며 “하지만 하이브리드 수술실에선 각각 다른 수술을 같은 날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움말=윤치순 국제성모병원 심장혈관센터장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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