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양의 데이터로 심층 평가
30년 만에 세계 최대 '분석사'로
[ 김보라 기자 ] 1984년 미국 시카고의 한 허름한 아파트. 전직 주식 애널리스트인 조 맨슈에토는 취미 삼아 400개 뮤추얼 펀드의 분기별 성적표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이 성적표를 작은 책자로 만들어 펀드 투자자들에게 뿌렸고, 금세 입소문이 퍼져나갔다. 맨슈에토는 펀드업계 유명 애널리스트 몇 명을 모아 펀드평가사 ‘모닝스타’를 세웠다. 30년이 지난 지금 이 회사는 300조달러(약 30경5300조원) 규모, 20만개 뮤추얼펀드를 분석하는 세계 최대 펀드분석회사가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모닝스타는 펀드마다 황금색 별점을 매기며 펀드 업계의 ‘가장 무서운 존재’로 떠올랐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모닝스타의 펀드 평가자료가 투자자들의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운용사 관계자는 너도나도 모닝스타 애널리스트와의 ‘끈끈한 관계 맺기’에 주력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를 이끄는 ‘채권왕’ 빌 그로스도 공식 투자콘퍼런스 현장에서 모닝스타의 핌코 담당 펀드 애널리스트인 에릭 제이콥스를 지목하며 “나의 투자전략을 알고 싶다면 나와 지난 몇 개월간 수백 번의 대화를 나눈 제이콥스에게 물어보면 된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만큼 평가사와 운용사 간 많은 정보를 긴밀하게 나눈다는 뜻이다.
업계는 모닝스타가 공신력을 얻게 된 비결로 그들만의 독특한 펀드 평가 방식을 꼽는다. 모닝스타의 애널리스트들은 과거에서 답을 찾는다. 엄청난 양의 지나간 데이터를 평가의 근거로 삼는다. 이를 토대로 자신이 담당하는 펀드에 1~5개의 별점을 매긴다. 점수 근거는 비슷한 투자 유형의 펀드가 과거 3년, 5년, 10년간 냈던 수익률을 현재 리스크 요인을 고려해 비교하는 것. 펀드의 단기적인 성과만 보고 평가하지 않기 때문에 모닝스타는 당장 수익률이 바닥에 떨어진 펀드에도 평점을 크게 깎지 않는다. 다만 FT는 “미래 수익률을 공허하게 예측하는 대신 과거 데이터를 투자자에게 한눈에 보여줌으로써 공신력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 집단도 모닝스타의 경쟁력이다. 모닝스타에는 97명의 애널리스트가 뮤추얼 펀드를 실시간 분석한다. 이 중 42명은 15조달러에 달하는 미국 시장에 집중한다. 애널리스트의 관련 업계 종사기간은 평균 11년. 국제재무분석사(CFA) 자격증이 없는 애널리스트는 전체의 4분의 1이 안 된다.
맨슈에토 CEO의 경영 철학은 간단하다. ‘투자의 세계는 매우 논리적이고, 투자자들에겐 흥미 있는 알짜 정보가 필요하다’는 것. 그는 “우리는 수백만명의 투자자가 매일 조금 더 나은 결과를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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