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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덩샤오핑과 중국 대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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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에서 시애틀,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로스앤젤레스까지 서부 아메리카의 멋진 대도시에는 한결같이 차이나타운이 있다. 화교·화상들이 몰려 있는 타운이 태평양 연안에만 있으랴만 이 벨트에서의 설명이 그럴듯하다. 바다만 건너면 중국과 바로 이어져 향수를 달래기에 좋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이주 초기 중국인의 삶은 비참했다. ‘개와 중국인 출입금지’라는 푯말이 예사였다.

화교의 연혁은 9세기로 거슬러간다. 당(唐) 말에서 송(宋)대에 걸쳐 빈발한 북방민족의 침입을 피해 화남으로의 피란이 효시라고 한다. 이주자들은 한족으로, 정변피란 행렬이었다는 기록이 흥미롭다. 이후 아편전쟁까지가 2기,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전까지는 3기, 그후를 4기로 나누기도 한다. 동남아는 이제 화교를 빼고는 경제와 정치를 말하기 어려울 지경이 됐다. 140개국 3000만명의 화교는 글로벌 파워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화교들이 중국 본토로 돌아갔다는 사례는 잘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아직은 반대다. 어젯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획기사를 통해 중국인들의 해외이주붐을 소개했다. 잘살수록, 고급두뇌집단일수록 더하다는 분석이었다. 못살아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나는 행렬이 결코 아니다. WSJ는 엑소더스(Exodus)라는 제목을 달았다.

잘나가는 중국인들의 탈출 이유도 갖가지다. 공기가 나빠서, 식품을 못 믿어서, 학교시스템 불만으로, 나은 사업 기회를 위해…. 온갖 이유지만 결국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중국인들은 급증하는데 국가시스템이 그런 요구를 뒷받침해주지 못 한다는 얘기가 될 것 같다. 한 조사에 따르면 자산 1억위안(약 165억원) 이상의 사업가 중 27%가 이민을 떠났고, 47%는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한다.

WSJ의 심층보도 시점이 묘하다. 오는 22일 덩샤오핑 출생 110주년에 맞춰졌다. 이달 들어 관영 CCTV의 48부작 특집을 비롯, 덩 기념행사가 최근 줄을 잇는 와중이다. 더구나 관영언론에는 최고권력자 시진핑(習近平)과 덩을 비교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시진핑이 덩을 자신의 롤모델로 여긴다는 기사도 있었다.

엑소더스 중국인들은 실상 덩샤오핑식 개혁·개방의 최대 수혜자그룹일 수 있다. 개방의 물결을 탔기에 더 배웠고, 더 부유할 것이다. 서방을 많이 봤기에 더 깼을 것이다. 드러내놓고 덩을 모델로 좇는다는 시진핑의 개혁이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그런 수혜그룹이 먼저 나가는 현실이 역설적이다. 지금 중국인의 해외이주붐은 몇 번째 물결일까. 5기 화교들로 봐도 될까.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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