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처음 열린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문제를 해결하고 민생 인프라를 구축해 동질성 회복 노력을 펼쳐가는 것이 통일을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남북한 철도 연결과 같은 사회기반시설 건설과 주거환경 개선 같은 민생 인프라 구축 사업에서부터 협력을 시작해보자는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민생 인프라 분야에서 지원과 협력은 신뢰 구축과 교류 확대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북한에 시장경제라는 인프라를 까는 일이다. 사실 북한에 아무리 민생 인프라를 깔아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유지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자본도, 경제적 유인도 없어서다. 반면 일한 만큼 대가가 있고 소유권이 인정되는 시장경제 메커니즘이라면 북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게 가능하다. 통일도 앞당길 수 있다. 북한의 민간부문에서는 이미 상당 부분 시장 메커니즘이 정부를 대체하고 있다. 1990년대 식량배급 중단 후 생존 차원에서 시장화와 화폐화가 진행된 결과다. 소위 장마당 경제다.
특구가 됐건 장마당이 됐건 시장이 확산되도록 유도하는 것이야말로 통준위가 중점적으로 연구해야 할 분야다. 대북 경제지원을 하더라도 시장경제 이행과 관련된 구체적 변화를 명시적 조건으로 요구해 가야 한다. 장마당 규제를 철폐하고 소규모 금융을 지원하는 등이 협력사업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금융시장이 없어 대출조차 불가능한 북한 주민들에게는 이런 협력들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퍼주기식 남북교류는 이젠 금물이다. 반드시 조건을 붙이되, 북한을 시장경제로 유도하는 것이어야 한다. 우선은 장마당의 육성과 확산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인프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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