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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차이나 임팩트'…샌드위치 신세 한국의 제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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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 ‘차이나 임팩트’와 한국 제조업 샌드위치론

2007년 초 이건희 삼성 회장이 샌드위치론을 들고 나왔다.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 가는 상황에서 한국은 두 나라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라는 경고였다. 지금 한국은 또다시 샌드위치 신세에 몰리고 있다.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부활하는 일본 기업과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무섭게 성장한 중국 기업 사이에서 한국 간판 제조업체들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 7월22일 한국경제신문

☞ 한국 제조업의 미래가 심상찮다. 중국은 무서운 속도로 첨단제품 분야에서 한국 업체를 추격하는 수준까지 뒤쫓아 왔으며, 일본 기업들은 ‘Japan is Back’ 슬로건을 앞세워 민·관이 손잡고 세계시장 공략을 추진 중이다. 반면 우리 기업들은 거센 반기업 정서에다 각종 규제에 묶여 좀체 전진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기업 경영을 북돋기는커녕 이런저런 이유로 발목을 잡는다. 한국 제조업의 현황은 어떻고,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주력 산업에서 대한민국 위협하는 중국

국내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의 지난 2분기 실적은 매출 52조3500억원에 영업이익 7조1900억원.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6% 줄었고, 매출은 8.9% 감소했다.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의 판매 부진이 원인이었다. 2분기 삼성전자 휴대폰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5.2%로 지난해(32.6%) 대비 무려 7.4%포인트 수직 낙하했다.

이유는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 때문이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화웨이, 레노버, 샤오미 등 중국 휴대폰 업체들은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5100만대를 팔아 17.3%의 시장점유율을 보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 2650만대(11.4%)의 두 배 수준이다. ‘중국의 애플’로 불리는 샤오미가 지난달 내놓은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Mi-3’는 최상급 디스플레이와 프로세스를 탑재했다. 그런데도 중국 내 가격이 우리 돈으로 따져 대당 40만원 안팎으로 ‘갤럭시 S5’의 반 값이다. 김종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16년이면 중국이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가전시장도 마찬가지다. 중국 스마트TV 시장에서 콩카, TCL, 하이센스, 스카이워스, 창훙 등 중국 업체가 80% 이상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세계 TV시장 1위인 삼성이 겨우 5위에 올랐다. 하이센스, TCL이 만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나 울트라HD(UHD) TV는 삼성, LG 제품과 별 차이가 없다는 분석이 많다. 에어컨은 중국 현지 브랜드 점유율이 84%에 달한다. 냉장고 상위 10대 제품도 모두 중국 로컬 브랜드며 세탁기 역시 중국 브랜드가 대다수다. 중국 하이얼은 지난해 세계 가전시장서 세탁기(19%), 냉장고(16%), 와인냉장고(15%) 등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전자부품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의 부상이 눈에 띈다. BOE와 차이나스타(CSOT) 등 중국 영상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자국 내 시장 점유율은 2012년 1분기 10%선(TV패널 부문)에서 지난 2분기 30%를 훌쩍 넘을 정도로 성장했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이미 한국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온라인 게임 세계 1위 텐센트, 중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알리바바, 중국의 구글이라 하는 검색엔진 전문 기업 바이두 등 중국 내수 시장을 장악해 많게는 100조원 이상 매출을 내는 이들은 이제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있다.

조선업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중국의 선박건조능력은 2013년 기준 약 214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전 세계의 39.4%를 차지해 한국(29.5%)을 이미 앞질렀다. 수주잔량도 6월 말 기준 한국은 886척으로 중국(2443척)과 일본(939척)에 이어 3위다.

자동차 분야에선 전기차 시장 선두를 노리고 있다. 완샹그룹은 올초 미국 대표 전기차업체 피스커를 인수했다. 비야디(BYD)는 워런 버핏이 투자했을 만큼 유망한 중국 전기차 회사다. 지리자동차는 스웨덴 볼보의 주인이기도 하다. 글로벌 3위 철강업체였던 포스코는 허베이, 바오산, 우한 등 중국 업체에 밀려 6위로 주저앉았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수는 64개다. 전년(61개)보다 소폭 늘었지만 2009년 73개보다는 크게 줄었다. 반면 중국의 세계 시장 1위 품목은 2012년 기준 1485개로 세계 1위다. 이에 따라 한국산 제품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1%로 2000년보다 0.4%포인트 올라가는 데 그쳤다. 이에 비해 중국의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은 12.1%로 한국보다 4배 가까이 높다.

중국 기업 부상의 원동력

“‘어센드메이트2’ 스마트폰의 배터리 용량은 세계 최대다. 두께도 삼성 ‘갤럭시노트3’보다 얇다.” 화웨이의 리처드 유 소비자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CES 2014’ 전시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다른 중국 CEO들도 “기술로 보나 가격으로 보나 한국산에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보인다.

중국 기업들이 급속도로 큰 요인으론 막대한 자국 내 시장과 정부의 효과적인 산업육성책을 꼽을 수 있다. 남효정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IT 기업들의 성장은 탄탄한 내수 시장이 바탕이 된 데다 중국 정부가 IT산업을 세계적으로 키우겠다는 정책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2020년까지 반도체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중장기 발전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의 수출입 물량을 나르는 선박은 중국 조선소에서 지어야 마땅하다(國輸國造)’는 슬로건을 내걸고 조선산업도 육성 중이다. 이봉걸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태양광, 풍력, 전기차 등 저에너지 산업은 중국이 한국보다 한발 앞섰다”며 “중국 정부가 신성장 산업을 집중 육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화부흥’과 ‘대국굴기’를 내세운 중국 지도부의 확고한 개혁·개방 정책과 과학 중시 정책은 기업의 혁신능력을 부추긴다. 중국 기업들의 연구개발(R&D) 인력 수와 특허출원 건수는 세계 정상을 다툰다. 현재 중국은 세계적으로 3위 안에 드는 특허신청건수를 보유한 특허강국으로 2011년에만 특허출원건수가 43만5000건에 달했다. 중국 정부는 매년 GDP 대비 2% 수준의 예산을 R&D에 할당하고 있다.

대응책은 없나?

중국 업체의 거센 도전 속에 일본 업체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엔저와 일본 정부의 강력한 경제부흥책에 힘입어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 자동차 3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11년 30.1%에서 지난달 말 32%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8.9%에서 8.1%로 떨어진 현대·기아차와 대조적이다.

중국에 밀리고 일본에 치이는 한국의 제조업. 문제는 이런 ‘샌드위치 위기’를 뚫고 나갈 돌파구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 대표 제조업의 경쟁력이 줄줄이 추락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 생산성은 경쟁국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데 비싼 임금과 땅값 등 고비용 구조는 여전하다. 기업 경영을 ‘갑·을 프레임’으로만 진단하고, 대기업을 죄인 취급하는 사회적 시각도 따갑다. 기업활동을 옥죄는 규제는 부지기수다.

한·중 수교 22년. 우리는 세계의 공장 중국에 부품과 제품을 수출했고, 그들과 성장의 혜택을 나눌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중국은 우리 간판산업을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했다. 이런 위기 상황을 극복하려면 한국 기업들이 중국보다 한 발, 아니 두 발 앞서야 한다. 한국산 제품이 중국산보다 더 뛰어나고 품질이 좋다면 중국은 여전히 축복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재앙이 될 것이다. 기업들이 중국을 앞서려면 기업의 힘만으론 안 된다. 우리 정부도 중국 정부 못지않게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 힘을 보태고, 국민도 기업인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야 한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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