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대 샤오미 비보 오포 "우린 좀 달라"
중국 스마트폰 환골탈태…삼성전자 밀어낸 무서운 성장세
신흥시장 공략 '내공'…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 엮는 통합 전략
[ 김민성 기자 ] 샤오미(Xiaomi), 비보(Vivo), 오포(Oppo).
세계 스마트폰 시장 신흥 강자로 떠오른 중국 2세대 스마트폰 업체들이다. 화웨이, 레노버, ZTE 등이 중국 정보기술(IT) 산업 1세대라면 이들은 신진 세력이다. 기술력과 차별화한 마케팅, 서비스 마인드를 앞세워 '중국스럽다'는 비아냥을 듣던 브랜드 편견을 깨고 있다.
샤오미 부사장으로 영입된 구글 임원 출신 휴고 바라는 최근 "샤오미를 애플의 카피캣(모방제품)이라고 부르는데 넌더리가 난다"며 '짝퉁' 꼬리표를 반드시 떼어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들 3개 기업이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한 스마트폰은 모두 3900만 대, 한국 시장의 1.6배에 이른다. 이들 2세대 기업의 성장이 가져올 스마트폰 시장의 변화는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협적인 속도로 삼성전자나 애플 등 전통 강자의 점유율을 빼앗아가고 있는 건 물론이다.
◆ 중국 스마트폰의 환골탈태…무서운 성장 속도
중국 2세대 기업을 '반짝 스타'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우선 무서운 성장세. 세계 최대 시장인 안방을 기반으로 성장한 뒤 해외 진출에도 나서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의 각축장인 중국에서 기술 및 마케팅 무한 경쟁을 거치며 탄탄한 내공을 쌓은 셈이다. 덕분에 신흥시장 소비자에 대한 이해가 높다. 신흥시장은 거대 IT기업 모두 눈독을 들이는 미개척지다. 신흥시장 승자는 향후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판도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중국의 애플'로 불리는 샤오미의 성장세는 이미 돌풍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는 샤오미가 지난 2분기 중국 시장에서 1499만 대 스마트폰을 판매해 시장점유율 14%로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1분기 시장 3위(10.7%)였던 샤오미는 석달만에 점유율이 3.3% 뛰었다.
3사의 시장 점유율 합계는 2012년 4분기 7%에서 올 1분기 18%로 2배 넘게 성장했다. 홍미(Mi)로 선풍적 인기를 끈 샤오미 뿐만 아니라 비보와 오포의 성장도 괄목할만하다. 특히 오포는 2012년 4분기 0.7% 점유율에서 1년 만에 2.9%까지 몸집을 키웠다.
반면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였던 삼성전자는 12%로 주저앉았다. 1분기 18.3%에서 6% 이상 점유율이 빠졌다. 삼성전자가 차지한 시장 파이 3분의 1을 샤오미와 비오, 오포 등이 야금야금 가져간 셈이다. 한때 중국 내 점유율을 22%까지 차지했던 삼성전자는 2년 간의 왕좌에서 퇴장하는 형국이다.
중국 시장은 전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마트폰 시장이다.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대대적인 모바일 변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단일 국가지만 10억 인구를 바탕으로 세계시장 판매량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은 3억대를 넘었다. 세계 2위 시장인 미국보다 두 배 더 많은 규모였다.
올해 중국 판매량은 4억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팔린 스마트폰은 9억4500만 대. 올해는 12억 대가 팔릴 전망(SA 추정)이다. 전세계 스마트폰 3분의 1이 중국 내에서 소비되는 셈이다. 올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세계에 출하할 스마트폰 규모인 4억4000만 대 전량을 쏟아부을 수도 있는 곳이다.
◆ 중국 휴대폰 싸서 산다? "우린 좀 달라"
샤오미는 중국 업체의 한계로 지적받아온 '내수 전문'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잇다. 중국과 함께 최대 신흥 시장으로 부상 중인 인도를 포함,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등 유럽에도 진출했다.
최근 인도에서는 스마트폰 Mi3 1만5000대가 2초 만에 다 팔려나가는 기염을 토했다. 5인치 화면에처리 성능이 뛰어난 퀄컴 스냅드래곤 800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안드로이드를 자체 최적화한 운영체제를 탑재했다. 애플이나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성능 면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면서도 가격은 1만3999루피(약 23만원)로 저렴하다. 2만8000루피인 삼성 갤럭시S4의 반값이다.
마케팅 전략도 세련됐다. 2초만에 '완판' 비결은 제한된 시간과 물량을 온라인에서만 판매하는 '헝거 마케팅(hunger marketing)'이었다. 입소문이 빠르게 확산되는 온라인에서 수요보다 물건 수를 적게 풀어 누구나 갖고 싶도록 만드는 전략이다. 소셜커머스처럼 파격적으로 싼 가격에 단숨에 판매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Mi3 첫 출시 때는 때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통한 '헝거 마케팅'으로 10분 만에 15만대를 팔아치웠다.
샤오미가 스마트폰을 싸게 파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지난해 린빈(林斌) 샤오미 공동창업자는 "하드웨어로 돈을 벌 생각이 없다"고 했다. 수익원은 하드웨어가 아닌 서비스라는 설명이었다.
서비스는 샤오미가 개발한 운영체제(MiUI)나 메신저 미톡(MiTalk), 그리고 스마트폰 및 관련 액세서리, 게임,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판매하는 온라인 장터다. 스마트폰은 남기는 것 없이 싸게 파는 대신 샤오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특화 서비스를 대거 확보해 고객 충성도와 매출을 함께 높인다. 이른바 트라이애슬론 전략. 철인 3종 경기라는 뜻처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온라인 서비스를 한 데 꿰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다양한 소비자 욕구에 맞춘 상품 세분화(세그멘테이션) 전략도 주목할만 하다. 샤오미, 오포, 비보 등이 빠르게 성장한 공통 배경은 적극적인 고객 맞춤형 전략이었다. 스마트폰 카메라나 음질 등 이용도가 높은 기능을 고급화하고, 여성이나 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 사용에 익숙한 젊은 층)를 직접 겨냥한 제품 세분화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삼성전자 애플 등 선도 업체를 모방하는게 아니라 '마이크로 타기팅(micro-targeting)'을 통해 자신들만의 시장을 개척하는 중이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은 '중국의 신생 스마트폰 기업들이 위협적인 이유' 보고서를 통해 2세대 기업의 경쟁력을 조목조목 분석했다. 요약하면 '중국 스마트폰에 대한 편견을 버릴 때'라는 것이다. '모방 일색에 품질은 떨어지지만 싼 맛에 산다' 같은 편견을 이들 2세대 기업들이 갈아엎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까지만 해도 전자 제품 구매 시 중국 소비자의 85%는 글로벌 기업 제품을 선호했다. 품질 때문이었다. 중국 기업이 만든 자국 스마트폰은 구매 1년이 되기도 전에 고장나기 일쑤라는 실망이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 소비자도 2세대 기업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중국 브랜드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는 2012년 초 20% 수준에 불과했지만 이제 50%까지 성장했다. 자국 제품에 대한 충성도 및 신뢰도가 동시에 상승하고 있다. 화웨이, 레노버 등 1세대가 일군 기술적 터전 위에 샤오미 오포 비보 등 2세대 기업이 혁신적 사고로 '메이드 인 차이나' 브랜드 위상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배은준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은 거대한 내수시장에서 품질 개선을 통해 중국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가성비를 구현함으로써 빠르게 성장했다"며 "중국 2세대 기업으로부터 시작된 세그멘테이션 전략이 스마트폰 시장의 새로운 게임룰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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