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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기초고용질서부터 바로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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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 근로자 울리는 임금 체불
아르바이트생 갈취하는 악덕 업주
이런 현실 바로잡는 게 국가 혁신"

권혁 <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khyuk29@daum.net >



“런, 런, 런”을 반복하더니 이번에는 “스톱, 스톱, 스톱”을 되풀이한다. 어느 자동차 광고 이야기다. 달리고 서는 건 자동차의 기본이다. 달리고 서지 못하는 차는 없다. 하지만 잘 달리고 잘 서는 차는 정작 드물다. 좋은 음향설비와 편리한 기능들은 기본이 튼튼한 자동차에 접목됐을 때에야 비로소 빛난다. 그렇지 않으면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중요한 건 결국 ‘기본기’다.

근로자가 일을 하면,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다. 너무나도 당연한 고용질서의 기본이다. 하지만 현실은 사뭇 다르다. 국내 임금체불 규모는 연간 1조2000억원에 달하고, 이로 인해 27만명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일을 하고 임금을 받는다는 건 당연한 것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그 피해가 주로 취약계층 근로자들에게 집중된다는 사실이다. 제때 임금을 받지 못하면 곧장 가족의 생계가 위태로워지는 이들에게 임금체불은 생존 문제 그 자체다.

최근 한국 사회에는 굵직굵직한 노동현안들이 잇따르고 있다. 통상임금 문제가 그렇고, 교원들의 노동권을 둘러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문제도 시끄럽다. 머지않아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될 것이 틀림없는 휴일연장근로 문제도 남아 있다.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들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나라 노동문제의 전부인 것처럼 바라봐서는 안 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그런 논란이 그저, 어엿한 직장에 다니는 덕에 적어도 월급 걱정은 안해도 되는 사람들의 ‘그들만의 리그’로 비쳐지는 이들도 많은 까닭이다. 국민들에게는 이런 취약계층 근로자의 어려움이 열 배, 스무 배 더 중요한 노동현안이다. 몇몇 노동현안들로 노·사·정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결코 편치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잔존 재산이나 지급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적·상습적으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최저임금을 위반한 악덕 사업주에게 제재를 강화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특히 형벌이 아닌 과태료를 제재수단으로 선택했다. 신속하고도 실질적인 제재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명분이 아닌 실리를 앞세운 셈이다.

예컨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사업주에게 곧바로 과태료를 부과함으로써 실효적인 제재가 이뤄지도록 했다. 또한 고의적·상습적 임금 체불 사업자에 대해서는 국가 또는 공공기관 사업에 입찰하더라도 불이익을 줘서, 사실상 그 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했다. 그 외에도 사업주가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하면서, 수습기간이란 명분으로 임금의 10%를 감액해 지급하지 못하도록 한 것도 눈에 띈다. 순진한 아르바이트생들에 대한 열악한 근로조건의 문제는 진작에 개선했어야 했다.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국가혁신’을 약속했다. 뭔가 새롭고 거창한 것이 아니라, 기본을 되짚어 보고 바로 세우는 일이 혁신이다. 이번 법 개정은 기초고용질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한 대가를 받는 것조차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현실을 그대로 두고서는, 제아무리 현란한 노동법 제도로 치장해 봐야 선진국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디 이번 근로기준법 및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취약계층 근로자들이 노동법의 따뜻한 보호를 실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한 정부의 세심하면서도 화끈한 노력을 기대한다. 국민이 바라는 국가혁신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권혁 <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khyuk29@dau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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