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근희 기자 ] “교수님과 학생들 덕에 가게가 정말 깨끗해졌어요.” 남편과 함께 슈퍼를 운영 중인 박숙희 씨(51·여)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박 씨는 서울 전농동에서 20년째 ‘오성마트’를 운영 중이다. 오성마트는 전형적인 동네슈퍼였다. 상품들이 진열대가 아닌 바닥에 널브러져 있기 일쑤였다. 판매대엔 가격표가 없어 손님들이 매번 가격을 물어봐야 했다.
박 씨의 가게는 한달 만에 달라졌다. 29일 찾은 오성마트 내부는 대형마트 못지않게 깔끔히 정돈돼 있었다. 상품 가격표도 판매대마다 붙었다.
동네슈퍼를 바꾼 주역은 대학생들이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경제학부)가 이끄는 ‘소상공인 희망 찾기’ 대학생 재능기부 활동의 지원을 받았다. 이 교수와 중앙대 경제학부 학생 15명은 연일 30도를 넘은 폭염 속에 동네 슈퍼마켓 점주 돕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학생들은 청소부터 품목 진열, 마케팅 아이디어 제시까지 다방면으로 가게 경영을 도왔다. 유통 전공인 이 교수가 고문을 맡아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 교수는 한국유통학회장을 역임하며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절감했다. 그는 “소상공인들이 많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어떻게 하면 희망을 줄 수 있을까’란 생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이날 찾은 오성마트 가게 안은 일을 돕는 학생들로 분주했다. 중앙대생 김나영 씨(경제학과3·22)는 자신이 직접 만든 가격표를 판매대에 붙였다. 김 씨는 “가격표가 붙어있지 않아 손님들이 불편해 할 것 같아 만들었다” 며 “상품 진열도 학생들이 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신선한 아이디어는 현장에서 빛을 발했다. 박 씨 부부는 늘 창고에서 가게까지 물건을 상자째로 옮겼다. 50대 중년 부부에겐 힘든 작업이었다. 그러자 학생들은 쌓아놓은 상자 옆면에 네모난 구멍을 뚫었다. 상자 구멍에서 물건 몇 개만 손쉽게 옮길 수 있도록 한 것.
이 교수는 “가급적 돈 안 들이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 위주로 활동해 왔다” 며 “정부 재정 지원 같은 거창한 활동보다 작은 변화를 통한 소상공인들의 인식 전환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변화가 일어나면 고객들이 반응을 보이고, 업주는 더 큰 변화를 시도해 자체 경쟁력을 갖추려고 노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재능기부 활동을 통해 도움을 받은 쪽은 가게 점주들만이 아니다. 대학생들도 경제학도로서 현장을 경험하고, 소상공인의 현실적 애로점을 체득하는 기회를 얻었다.
같은 동네 ‘영광 코사마트 할인점’에서 재능기부 활동을 하는 김정원 씨(경제학과3·23)는 “실제로 경험해보니 책과 현실은 확실히 달랐다”고 털어놨다. 그는 “가장 많이 팔리는 라면을 맨 앞에 진열하려 했는데, 사장님은 안쪽 깊숙이 진열했다. 손님이 인기 제품을 찾으면서 다른 제품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산다는 것이었다” 며 “과연 그럴까 의아해 했는데 정말 다른 제품들도 함께 더 많이 팔려나갔다”고 설명했다.
최세희 씨(경제학과4·23)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한 적 있는데 편의점과 동네 슈퍼마켓은 판매 전략이나 타깃 고객층이 다른 것 같다” 며 “동네 슈퍼마켓은 인근 주민이나 서로 아는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이에 맞게 판매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방학에 이어 올 여름방학에도 대학생들의 재능기부 지원을 받고 있는 영광 코사마트 할인점 조용현 사장(60)은 “작년 겨울 이 활동이 첫 시작됐을 땐 점주들이 귀찮아했다. 하지만 이번 여름엔 서로 학생들을 받겠다고 난리였다” 며 “대학생들의 젊은 감각과 아이디어로 가게 경영이 나아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오성마트 정영권 사장(55)도 “손님들이 이전에 비해 물건 찾기가 편리해졌다고 칭찬한다" 며 "앞으로도 이렇게 운영할 계획”이라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글= 한경닷컴 김근희 기자 / 사진= 진연수 기자 tkfcka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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