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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외모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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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외모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89.5%) “외모 때문에 손해 본 적 있다.”(62.5%) “더 나은 외모를 갖기 위한 성형수술에 동의한다.”(78.3%) 대학생들의 응답이다. 중·고등학생들도 마찬가지다. 둘 중 한 명은 “성형수술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 않겠다”는 대답은 17%에 불과하다. 2007년에는 같은 질문에 부정(38.0%)이 긍정(32.4%)보다 많았는데 그새 가파르게 역전됐다.

누구나 호감을 주는 외모를 꿈꾼다. 영국과 미국의 국가 자료나 아르헨티나의 대학생 실험에서 ‘외모 프리미엄’은 대략 15% 정도로 나타났다. 매력적인 사람들의 소득이 15% 정도 높다는 것이다. 취직률도 10% 높았다. 투자자들이 자산관리자를 고를 때도 실적보다 외모를 중시했다. ‘믿을 수 있을 것 같은’ 얼굴 쪽에 더 많은 돈을 맡겼다. 승진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굳이 행동경제학자들의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일상의 판단과 선택은 합리성보다 직관에 좌우된다.

《매력 자본》의 저자 캐서린 하킴도 “북미에서 매력적인 남성이 14~28%, 매력적인 여성이 12~20%를 더 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그는 ‘매력 자본’과 외모지상주의를 엄격하게 구분했다. 각자의 다면적인 ‘매력’ 요소를 폭넓게 인정하고 그것을 열심히 갈고닦을 때 ‘자본’과 아름다운 결합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문제는 내면의 멋보다 겉모습을 중시하고 거기에 매몰되는 사회 풍조다. 외모가 인생의 성패까지 좌우한다고 믿고 집착하는 것은 병이다.

외모지상주의는 성형 열풍이나 다이어트 광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한국이 세계 1위 성형수술국인 것도 이런 강박관념의 결과다. 서양에서는 2000년부터 이 같은 루키즘(lookism)을 사회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인종과 성, 종교, 이념 등이 불평등을 초래했지만 21세기에는 외모가 불평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얘기다.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즈먼이 현대인을 ‘타인지향 인간’이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면 성숙보다 외모 성형에 치우치는 사회에서는 겉모습이 모든 평가를 뒤흔든다. 누구는 KAL기를 폭파한 뒤에도 미모 덕분에 살아남고, 누구는 장관 된 지 열 달도 안 돼 외모 때문에 잘렸다고들 한다. 자연히 방학 때마다 성형외과 문턱이 닳고 닳는다. 온 나라를 뒤흔든 현상수배자 검거 소식에도 사건 본질보다 여성 경호원의 외모 얘기가 더 화제인 게 현실이다. 이러니 ‘성괴(성형괴물) 사회’를 걱정하는 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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