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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정치판 새옹지마(塞翁之馬)…승자와 패자의 희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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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태 정치부 기자,국회반장) “온 몸에 힘이 다 빠져나가 일주일 이상 누워만 있었다. 만사가 다 귀찮더라....”

지난 6.4지방선거의 당내 경선에서 떨어진 한 야당 중진의원은 안부를 묻는 기자에게 당시 패배의 충격을 이렇게 털어놨다. 여론조사 등에서 우세를 보였던 그가 막판 경선에서 아쉬운 표차로 떨어졌을 때는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그는 “사람이 이래서 폐인이 되는구나"실감했다고 전했다. 지난 2년간 지역표밭을 다지기 위해 쏟아부은 돈을 떠올리면 “지금도 자다가 벌떡 일어날 정도"라고 쓴 웃음을 지었다.

10억원 정도 썼냐고 물었더니 “내가 통이 큰 사람이야..그 정도면 말도 안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 유권자가 30만명인데.문자 메시지 한 통 보내면 천만원이 깨진다. 돈이 돈이 아니더라"고 덧붙였다.이 중진의원은 운좋게 당요직을 맡는 바람에 경선 패배의 충격을 일부나마 털어낼 수 있었다.

지난 24일 노회찬 정의당 전 대표는 7.30 재보궐선거에서 최대 관심을 끌고 있는 서울 동작을 지역의 야권 단일후보 자리를 꿰찼다. 출마선언 후 “이제부터 내 호(號)를 ‘완주’로 불러달라"고 했던 그는 일단 정계복귀의 호기를 잡았다. 정의당에게는 통합진보당을 제치고, 유력후보 1명을 출전시키면서 당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쾌거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은 ‘신의 한 수'로 불리는 노회찬의 승부수가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노 후보는 후보단일화 데드라인(24일 사전선거일)을 불과 이틀 앞둔 22일 심야에 단일화를 제안했다. 단일화가 무산되면 자진사퇴해 기동민을 적극 지지하겠다고 선수를 쳤다.

이것으로 게임은 끝났다. 마지못해 단일화를 수용한 기동민 새정치연합 후보나,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나 ‘뾰족한 수’가 있을 턱이 없다. 전략공천 파동의 진원지인 동작을을 내줄 수도 없고, 노 후보가 자진사퇴해줄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어거지로 노 후보의 양보를 받은후 ‘명분’조차 사라진 선거에서 패배했을 때를 가정해보라. 기 후보에게도 김·안 공동대표에게도 최악의 시나리오다.

일단 명분에서 밀린 기 후보는 몇 번의 담판을 시도했지만 결국 ‘백기’를 들었다.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에 따라 20년 지기(허동준 전 동작을 위원장)의 지역구에 내리꽂힌 후 인간적 갈등을 감내하면서까기 고군분투해온 기 후보는 24일 스스로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경선과정은 없었지만 노 후보는 승자고, 기후보는 패자다.

하지만, 길게 보면 진짜 승자는 ‘기동민’이라는 게 정치권의 또다른 해석이다.

당의 전략공천 파동 및 노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을 거치면서 기 후보는 ‘전국구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정치적 명운을 걸어야 했던 단판승부(질 가능성이 큰)에서 비켜난 대신 ‘뱃지’한 번 못달아본 그가 단숨에 3선급에 버금가는 거물 정치인으로 인지도가 높아졌는 게 주위의 평가다. 스스로 후보직을 내려놓으면서 ‘박원순 아바타’,‘돌려막기 공천의 꼭두각시'등 꼬리표처럼 따라붙던 오명을 벗은 것도 그에겐 큰 수확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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