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되풀이되는 勞의 황당 요구
르노삼성 노조, 부분파업 강행…닛산 SUV 위탁생산 차질
한국GM 노조, 통상임금 확대에도 "물량 보장 안하면 파업"
현대차 노조, "임금·노동강도 변화 없이 1시간 단축 근로"
[ 강현우 기자 ]
“임금·단체협상 교섭보다 승진이 먼저다. 파업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르노삼성 대표노조) “현재 9시간인 야간조 근로시간을 8시간으로 줄이자. 단 임금이나 노동 강도에 변화가 있어선 안 된다.”(현대자동차 노조) 올해 임·단협에서도 자동차 업계 노조는 근로 조건과 관계없는 요구를 내세우며 회사 측을 압박하고 있다. 통상임금 논란 속에 한국GM과 쌍용자동차가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하자 다른 회사 사업장 노조들도 승기를 잡은 듯 무리한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승진 없이는 2조원 수출 없다”
르노삼성 노조는 22일 부산공장에서 2시간 부분파업을 강행한 데 이어 25일에는 부산공장에서 4시간 부분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지난 17일 8차 교섭을 한 뒤 협상 일정을 잡지 못한 상태다.
올해 임·단협에서 르노삼성 노조의 공식 요구안은 임금 인상과 고용 안정 보장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요구는 승진이라는 것이 회사 안팎의 설명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올해 생산기장(생산직 관리자·과장급) 승진 대상자 90여명을 승진시켜주지 않으면 교섭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지금도 2000여명 생산직 가운데 기장이 500명에 달하는 상황”이라며 “90명이 추가로 기장이 되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보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승진은 회사 경영 판단의 영역인 만큼 노사 협상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르노삼성은 22일 2시간 부분파업으로 이미 생산차질 201대, 34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 상황이다.
노조가 파업을 무기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 데는 믿는 구석이 있어서라는 분석도 있다. 르노삼성은 9월부터 닛산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로그를 위탁 생산한다. 위탁 물량은 연간 8만대로 이 회사 작년 전체 생산량 12만9638대의 61%에 달한다.
하지만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 르노닛산 본사가 물량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2조원이 넘는 수출 기회를 볼모로 삼아 노조가 회사 측에 승진 잔치를 요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물량 확보 못하면 파업”
한국GM은 노조 측에 통상임금 확대를 제안했지만 협상 분위기가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다. 노조 측은 안정적인 생산 물량 확보를 약속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GM 본사가 한국 배정 물량을 줄이면 야근·특근의 기준 임금인 통상임금을 확대한다 해도 실질 임금 인상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한국GM 노조는 조합원 69.3%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조정 중지 결정을 받아 파업 요건도 갖춰 놓은 상태다. 정종환 한국GM 노조위원장은 “노조 요구안을 100% 수용하지 않으면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투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사측을 압박했다.
그러나 물량 배정은 GM 본사가 전 세계 160여개 공장의 비용과 생산 안정성 등을 종합해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GM 경영진이 약속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한국GM 관계자는 “작년까지 2년 연속 파업으로 배정 물량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또 파업에 들어가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며 “노사가 합심해 생산량을 늘리는 게 물량을 늘리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 노조 ‘3불 조건’ 고수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노조는 통상임금 확대와 함께 국민연금 수령 시기까지 임금이 계속 상승하는 정년 연장, 오전조 8시간·오후조 9시간(8+9)인 현행 근로 체제를 8+8 체제로 전환할 것 등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현대·기아차 공식 정년은 59세이며 계약직으로 60세 근무를 보장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정년 연장이나 근로시간 단축에 있어서 임금·노동 강도·노동 환경 등 3대 근무조건에는 변화가 없어야 한다는 이른바 ‘3불 조건’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근로시간을 10+10 체제에서 8+9 체제로 바꿨을 때도 1인당 수당을 50만원가량 더 받아내 임금 수준을 보전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환율 하락과 수입차 공세로 이중고를 겪는 데도 노조는 예전과 같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이런 관행이 개선돼야 한국 자동차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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