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21일(10:5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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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보고펀드의 변양호, 이재우 대표는 LG실트론 채권단 회의에서 온갖 수모를 당했다고 한다. 보고펀드가 지난 4월말까지 LG실트론 인수 금융(대출금) 2250억원의 반년치 이자 22억원을 내지 못하자 채권단끼리 대책 회의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한 참석자는 “육두문자와 고성이 오갔다.생산적인 해법보다는 감정적인 발언들만 오갔다”고 전했다. 채권단은 우리은행, 하나은행, KT캐피탈, 신한캐피탈, KDB캐피탈, KDB생명, KB파이낸셜, 농협캐피탈, 외환캐피탈, 증권금융 등 10개 금융회사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결국 대출만기일(25일)에 기한이익상실(EOD)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대출금을 언제든지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다.
물론 보고펀드가 LG실트론 투자 및 투자금 관리를 잘못한 것은 변명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보고펀드는 2007년말 LG실트론 지분 49%를 사들인 후 7년이 되가도록 한푼도 자금 회수(엑시트)를 하지 못했다. 한 펀드투자자(LP)는 “손실이 현실화되기 직전까지 잘못했다는 반성의 기미도 없어 투자자들이 더 괘씸해 한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자. 투자자와 채권단은 잘못이 없는 걸까.
인수 금융은 개인 담보 대출과 달리 상당한 리스크(위험)를 진다. 금리가 7~9%로 우량 기업 대출의 두배가 넘는다. LG실트론과 같은 비상장 회사는 기업 가치를 제대로 따질 수도 없다. 대출에서 손실을 봤다면 위험 요인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담보 평가액 이상으로 대출해 준 금융회사 탓도 분명 있다.
게다가 비상장 주식은 담보권을 행사해도 회사 지분을 제 3자에 팔아야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파는 쪽이 시간에 좇기면 제값을 받고 팔기가 어렵다. 특히 LG실트론은 지난해 태양광과 LED 기판(웨이퍼) 사업 중단 손실을 반영하면서 1667억원의 적자를 냈다. 냈다.
이런 상황에서 운용사, 에쿼티(후순위) 투자자, 선순위 대출자들은 공동 운명체다. 선순위 대출자라고 손해를 안볼 수가 없다. 최선책은 기업을 턴어라운드시킨 후 회사 지분을 팔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운용사(보고펀드) 입장에서는 현재 ‘0’이 된 에쿼티(주식)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그 누구보다도 최선을 다한다. 채권단은 관리 감독을 잘 하면 된다. 어차피 주식 처분권은 채권단에게 있다.
펀드런이 우려될 때 개별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은 펀드 환매를 가급적 자제하는 일이다. 투자하는 일을 주업으로 삼는 기관 투자자들이 개미 투자자들처럼 감정을 앞세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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