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장기화로 집주인들 월세 선호 뚜렷
"임대시장 구조적 변화…세입자 대책 필요"
[ 김진수 / 김병근 / 문혜정 기자 ]
월세 거래가 늘면서 월세가 전체 임대차 거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체 주택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은 42.3%로 조사됐다. 반기 월세 비중이 40%를 넘어선 건 2011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상반기 기준 월세 비중은 2011년 32.5%에서 2012년과 지난해 각각 34%와 38.9%로 높아졌다.
○전세금 증액분 월세 전환
2012년 말 입주한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가재울 뉴타운3구역 ‘DMC 래미안 e편한세상’(3293가구)은 오는 10~12월 첫 전세계약 연장 시기를 맞는다. 집주인(임대인)들이 벌써부터 세입자(임차인)들과 재계약 여부를 타진하기 시작했다. 인근 알림공인 장호조 대표는 “2년 전 전용 84㎡ 전세보증금이 2억3000만~2억8000만원 수준이었는데 최근에는 3억8000만~4억원으로 1억5000만원가량 올랐다”며 “전세 상승분을 월세로 전환하고 싶어하는 집주인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집주인들은 월세로 50만~100만원 정도를 원하고 있다.
아파트 등의 월세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집주인이 월세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전셋값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 등 이른바 월세 범주에 들어가는 임대 형태가 증가하고 있는 배경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집값 하락세가 계속되자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다른 집을 추가로 구입하는 대신 월세를 놓고 임대수입을 챙기겠다는 집주인들이 늘어났다. 세입자는 부동산시장 침체 속에 약세를 보이는 아파트를 장만하는 대신 전세 계약을 선호했다. 이 결과 전셋값은 계속 올랐고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 증액분을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가 크게 늘어났다.
게다가 최근 3~4년간 도시형생활주택 등 1~2인가구를 위한 월세 형태의 소형 주택이 많아진 것도 월세 증가 원인 중 하나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월세 위주의 소형 주택뿐만 아니라 아파트 월세까지 늘어나는 추세”라며 “월세 중심의 오피스텔까지 포함하면 실제 월세 비중은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도기 현상 이어질 듯
전문가들은 국내 임대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다고 진단한다. 한국에만 존재하는 전세는 세입자가 선호하는 임대 유형이다. 세금도 없고 임차 기간(2년)이 끝나면 원금을 고스란히 돌려받는다. 향후 내 집 마련을 위한 종잣돈으로 활용된다.
집주인은 저금리 속에서 월세 선호가 뚜렷하다. 전세금을 받아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든 게 현실이다. 김혜현 렌트라이프 사장은 “다세대와 연립주택에서 흔했던 월세가 아파트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집주인은 월세를 받는 게 시중은행의 2%대 저금리(전세금)보다 유리하고 세입자는 목돈 마련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점이 결합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 규제 완화 속에 부동산시장 회복 기대감이 확산되고 무주택자들이 내 집 마련에 나설 경우 전세의 월세화 경향은 한풀 꺾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세의 매매 전환은 곧 전세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반전세 등의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서다. 게다가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추가로 확보할 경우 전세 물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월세가 시장에서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 연구소장은 “전세 물량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월세 거주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수/김병근/문혜정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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