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갑수 기자 ]
이집트를 처음 찾는 이들은 대부분 카이로와 피라미드로 간다. 홍해는 유럽인들이 주로 찾는다. 이집트를 두 번째 여행하는 이들이나 역사와 유적에 관심이 있다면 나일 크루즈가 최적이다.
100개 문이 있는 찬란한 고도, 룩소르
이집트를 이야기할 때 나일강을 빼놓을 수 없다. 빅토리아 호수에서 시작해 6690㎞를 흐르며 이집트를 적시는 강이다. 나일강은 이집트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일강 크루즈는 이집트를 여행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주로 룩소르에서 아스완까지 이용하는데, 이 구간에서 룩소르 신전, 카르나크 신전, 호루스 신전, 콤옴보 신전, 왕들의 계곡, 아부심벨 등을 모두 볼 수 있다.
이집트 문명이 문화적으로 번성했던 시기는 신왕국 시대였다. 룩소르는 ‘테베’라고 불린 상이집트 신왕국의 수도였던 곳. 지금은 소도시지만 한때 인구가 100만명에 달했을 정도로 번성한 도시였다. 룩소르에서는 멤논의 거상, 하셉수트 제전, 왕들의 계곡, 카르나크 신전 등이 유명하다. 이 중 가장 돋보이는 곳은 세계 최대의 신전으로 손꼽히는 카르나크 신전이다. 이집트 역대 왕들이 2000여년에 걸쳐 조금씩 증축해온 것으로, 룩소르에서도 가장 오래된 신전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최고의 신으로 받들어지는 아멘라를 모시기 위해 세워졌다.
영화처럼 펼쳐지는 신전들의 모습
탑문을 통해 신전에 들어서면 회랑 양편에 숫양 머리의 스핑크스 10여기가 도열해 있다. 그 끝에 람세스 2세의 석상, 석상 뒤로 경이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수많은 돌기둥이 서 있는데 둘레 15m, 높이 23m에 달한다. 그 수만 무려 134개다. 카르나크 신전은 룩소르 신전으로 이어진다. 룩소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왕들의 계곡이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없는 산에 투트모세 1세부터 람세스 11세에 이르는 제18, 19, 20 왕조의 왕들이 묻혀 있다. 현재까지 발견된 무덤만 60여기에 이른다. 룩소르 시내도 거닐어보자. 아직도 마차가 오가고, 시장 풍경이 정겹다. 고대 왕국의 위용이나 웅장한 신전과는 별개로 산 자들의 세상은 평화로운 일상으로 다가선다.
배 타고 유유자적한 이집트 풍경
룩소르를 출발한 크루즈는 나일강을 따라 아스완까지 남쪽으로 200㎞의 뱃길을 달린다.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980㎞ 떨어진 아스완은 인구 28만명의 국경도시. 아스완까지 이어지는 풍경은 느긋하기만 하다. 갑판에 누워 이집트의 시골 풍경을 감상하는 일이 한없이 평화롭게 다가온다. 아스완은 아가사 크리스티가 쓴 ‘나일강 살인사건’의 무대다. 나일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한 아스완의 올드 캐터랙트 호텔은 1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로도 유명하지만 ‘나일강 살인사건’을 집필한 곳으로 더 유명하다. 아스완은 드라마틱한 역사를 가진 곳이다. 1971년 시작된 아스완 하이댐의 건설로 유적이 수몰 위기에 처하자 유네스코가 나서 전 세계적인 모금운동을 벌였다. 아부심벨, 갈라브샤, 필레 신전 등을 지금의 자리로 옮긴 것은 그 덕분이다. 아스완 시내로 들어서면 역과 바자르가 보인다. 바자르에서는 이집트 전통 빵인 ‘에이쉬’를 즉석에서 구워 판다. 향신료를 파는 가게도 줄지어 늘어서 있다.
여행팁
인천에서 이집트 카이로까지 대한항공 등이 운항한다. 카이로에서 룩소르까지 국내선으로 이동 가능하며 룩소르에서 나일강 크루즈를 이용해 아스완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이집트 입국에는 별도의 비자가 필요한데 공항 입국장 환전소에서 즉석 구입이 가능하다. 룩소르에서는 택시 외에도 마차를 이용해 이동할 수 있다. 마차를 타기 전에는 반드시 인원 수, 팁을 포함해 얼마인지 미리 흥정해야 한다. 나일 크루즈는 보통 3박4일 내지 4박5일 일정으로 탄다. 배의 크기는 한강 유람선의 두 배 정도다. 각 객실은 독립돼 있고 샤워시설과 화장실, TV, 전화기 등이 마련돼 있다. 기후는 전체적으로 온화한 편. 한여름에는 기온이 꽤 높지만, 습도가 낮기 때문에 쾌적하다. 바람이 불면 쌀쌀하니 얇은 재킷이나 긴 소매 옷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룩소르 = 글·사진 최갑수 여행작가 ssooch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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