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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세일'에도 미끼상품만 불티…대형마트 '불황형 소비' 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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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한여름 겨울잠' - 지금 소비현장에선

1인당 구매액 감소…6분기째 매출 뒷걸음
백화점 명품 브랜드마저 최대 80% 세일 나서



[ 유승호 기자 ]
지난 19일 저녁 이마트 역삼점. 주말을 맞아 쇼핑하러 온 사람들로 붐볐지만, 카트를 가득 채운 채 계산대에 서 있는 쇼핑객은 거의 없었다. 용량이 180L인 카트를 절반 정도 채우거나, 아니면 비닐봉지 하나에 담을 수 있는 정도로만 물건을 산 사람이 적지 않았다.

같은 날 저녁 여름 정기세일 중인 롯데백화점 잠실점. 바캉스 용품을 반값 이하에 팔고 있는 7층 행사장만 북적일 뿐 일반 매장은 한산했다. 매장당 손님이 두 팀 이상 와 있는 곳이 드물었고, 직원들이 입구에 서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곳이 많았다.

지난 주말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유통 현장에서 볼 수 있는 소비침체의 모습이다. 전반적으로 소비심리가 냉랭해진 가운데 돈을 쓰더라도 싼 것만 찾는 ‘불황형 소비’ 패턴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의 매출은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6분기 연속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다. 3사 모두 ‘창사 이래 처음 겪는 위기’라며 매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대규모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지만 한 번 꺾인 실적은 좀체 증가세로 돌아서지 않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3~9일 삼겹살 계란 우유 등 1000여가지 상품을 최대 50% 싸게 판매한 데 이어 17일부터 바캉스 용품 2000여가지를 최대 50% 할인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이달 들어 지난 17일까지 이마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3% 줄었다. 롯데마트 역시 지난 3~16일까지 3000여가지 상품을 최대 50% 싸게 판매했지만, 이달 들어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 감소했다.

그나마 지갑을 여는 소비자도 씀씀이가 작아지고 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가더라도 할인폭이 큰 상품만 살 뿐 충동구매를 하지 않는 ‘체리 피커형’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재고 처리를 위해 80~90%씩 싸게 내놓은 미끼상품만 담아 가는 고객이 많아졌다”며 “마트 입장에서는 집객을 위해 미끼상품을 내거는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고객의 1인당 구매금액(객단가)도 당연히 감소세다. 이마트의 지난 상반기 객단가는 4만8019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3% 하락했다. 작년 하반기와 비교하면 1.2% 낮아졌다.

백화점 여름 세일 매출은 작년보다 늘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백화점 영업’이 잘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7일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했으나, 백화점보다는 아울렛의 실적 호조에 힘입은 것이다. 아울렛 부문의 매출이 37.2% 증가한 데 비해 기존 백화점 매출은 5.2%밖에 늘지 않았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7일까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가량 늘었지만, 주력 품목인 의류 매출은 제자리다. 윤달(10월24일~11월21일)의 영향으로 결혼을 앞당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가구와 가전제품 매출이 10% 이상 늘었을 뿐 여성의류와 남성의류는 각각 2.0%와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명품 브랜드도 자존심을 버리고 대규모 할인에 나서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지난 17일부터 수입의류를 30~80% 싸게 판매하는 ‘클리어런스 세일’을 시작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이 여름철에 명품 세일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크리스찬루부탱, 필립플레인 등 평소 세일을 자주 하지 않던 브랜드도 세일에 참여한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가계소득 증가 속도가 느려지고 세금 등 비소비 지출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가 침체되고 있다”며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등 내수 활성화 정책이 실질적인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져야 소비가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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