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최대은행인 BES가 디폴트 위기에 빠졌다. BES는 총 자산이 930억유로에 달하며 종업원만 1만명이 넘는다. 미국과 유럽증시가 지난 주말 급락하는 등 세계 금융시장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포르투갈 총리가 급히 진화에 나서면서 위기 우려는 잦아들었지만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을 예단하기 어렵다.
포르투갈이 구제금융에서 졸업한 게 엊그제다. 2011년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78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빠른 시일 안에 구조조정을 마쳤다고 자랑했던 포르투갈이다. 그 결과 올해 5월 3년 만에 구제금융에서 벗어났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포르투갈이 구제금융에서 제대로 졸업한 것인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제기돼 왔다. IMF와 ECB에서 은행과 민간기업의 잠재부실 가능성을 충분히 조사하지 않고 일부 경제지표만으로 섣불리 구제금융에서 벗어났다고 발표했다는 것이다. 당시 포르투갈의 국가부채만 해도 GDP의 120%나 됐다. 이번 BES 사태는 바로 부실 구조조정이 낳은 폐단이라는 게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다.
보다 큰 문제는 ECB의 금융완화책이다. ECB는 지난달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하면서 자금을 대량으로 풀고 있다. 이런 자금은 포르투갈을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의 은행에 사실상 보조금을 주는 역할을 해왔을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에게서 뼈를 깎는 고통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는 증거를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위기 땐 정부나 ECB로부터 공적자금이 투입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에 빠져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BES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포르투갈 정부나 ECB가 부실 은행들을 감싸는 정책을 이제는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력으로 살아갈 길이 없는 은행들은 도태돼야 한다. 포르투갈 위기는 이런 원칙을 새삼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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