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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규제혁파로 기업가정신 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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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규제혁파로 기업가정신 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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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 필수조건 '기업가 활동'
기업인 없으면 기술도 무용지물
규제로 경제 역동성 해치지 말고
신바람나게 일할 환경 만들어야

안재욱 < 경희대 경제학 교수 jwan@khu.ac.kr >



임진왜란 때 원균은 칠천량해전에서 대참패를 당한다. 12척만 남고 거북선을 포함해 100척이 넘는 조선 전선(戰船)이 모두 수장됐으며 조선 수군 2만여명이 궤멸했다. 한편 백의종군한 뒤 삼군수군통제사로 복귀한 이순신은 여기서 남은 12척과 또 다른 1척을 더해 13척을 가지고 명량해전에서 왜함 332척을 쳐부수는 세계 해전사상 유례없는 대승을 거둔다. “지금 신에게는 아직도 전선 12척이 남아 있나이다”라는 이순신의 상소는 두고두고 가슴을 울린다.

이 역사적 사실은 어떤 일을 할 때 중요한 것은 자원의 양이 많고 적음보다는 주어진 자원을 활용하는 사람에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아무리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잘못 사용하면 실패하고, 적은 자원이라도 잘 사용하면 성공을 거둔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경제성장에서 인적·물적 자원의 양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 즉 기업가다. 동일한 자원이라도 그것을 사용하는 기업가에 따라 그 성과는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고대와 중세사회에도 많은 인적·물적 자원이 있었다. 그러나 인류사에서 눈부신 경제성장이 이뤄진 것은 기업가의 활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산업혁명 이후다.

기술 역시 경제성장에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기술도 활용하는 기업가의 노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18세기에 발명된 증기기관은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은 기업가들 덕분에 세상에 나왔다. 기업가들이 증기기관을 새로운 동력기관으로 사용해 증기선과 증기기관차를 만들고 공장을 돌리지 않았다면 증기기관은 그저 과학사에서 잠깐 언급되는 하나의 발명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요즈음 새롭게 개발되는 많은 기술과 발명 역시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하게 투자하는 기업가의 활동이 없으면 조용히 묻혀 버리고 만다.

자원이 그리 많지 않은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서는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이룬 데는 열심히 일하고, 투자하고, 혁신을 추구했던 기업가들의 역할이 컸다. 그런데 이런 한국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져 있다.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해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하나같이 올해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가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에 비해 훨씬 빠르고, 2038년엔 성장률이 0.8%에 머물 것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져 있고 성장잠재력이 계속 떨어지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기업 환경의 악화다. 기업과 기업인을 적대시하는 반(反)기업정서가 팽배해 있다. 기업 간 출자를 제한하고,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란 이름으로 기업 활동을 옥죄며 기업가정신을 훼손하는 수많은 규제가 양산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기업가가 열심히 일하고 투자하고 혁신할 인센티브가 작동하지 않는다. 자연히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져 침체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외국 기업의 한국 투자가 9%가량 줄었다. 반면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는 21.8% 증가했다. 우리 경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 경제를 다시 살리고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각종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기업가들이 신바람 나게 활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최근 또다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맞고 있는 아르헨티나처럼 추락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아직 ‘12척’보다 더 많이 남아 있다. 너무 늦기 전에 기업가들이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 경제는 다시 살아나고 도약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설 수 있다. 비록 축구는 월드컵에서 16강에 들지 못했지만 대한민국 경제는 8강, 4강에도 오를 수 있다. 세월호 참사 이전 박근혜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보였던 규제개혁, 그것이 답이다.

안재욱 < 경희대 경제학 교수 jwan@kh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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